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부 트베리 지역에서 바그너그룹 전용기가 추락했고, 탑승자 명단에 프리고진과 드미트리 우트킨이 포함돼 있다”고 러시아 항공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트킨은 프리고진의 최측근으로 바그너그룹 설립 때부터 함께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들이 탑승한 항공기는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이륙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서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마을 근처에 추락했다. 승무원 3명과 승객 7명 등 탑승자 10명이 전원 사망했다. 추락 항공기는 엠브라에르의 ‘레거시’ 기종으로 프리고진 소유다. 러시아 연방항공청은 시신을 모두 수습했다고 밝혔지만 프리고진의 사망 사실은 확인하지 않았다.
바그너그룹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은 프리고진이 탑승한 항공기가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존 측은 목격자의 말을 전하며 “이 비행기는 이륙 30분 만에 연기를 내뿜으며 지상으로 추락, 화염에 휩싸였다”고 설명했다. 또 “진정한 애국자이자 러시아 영웅 프리고진은 러시아 반역자들의 행동으로 사망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항공기가 전혀 이상징후를 보이지 않다가 30초 남짓 시간에 고도 8.5㎞에서 2.4㎞를 내리꽂았다는 전문가 설명을 전했다. 현지 매체는 목격자들이 항공기 추락 직전 두 번의 큰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사고 당시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인 쿠르스크 지역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기념 콘서트 연설을 하고 있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휴가차 네바다주 타호호수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사고의 배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또 “전에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무엇을 탈지 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은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지 두 달째 되는 날이다. 그는 6월 23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 처벌을 요구하며 무장 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 턱밑까지 진군했다. 그러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중재로 하루 만에 반란을 중단, 회군했다. 푸틴 대통령은 처벌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프리고진은 이후 벨라루스로 근거지를 옮긴 뒤 양국을 오가며 지냈다.
한편 전날에는 반란 사태 이후 숙청설이 이어진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이 해임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로비킨은 사태 이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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