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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균용 새 대법원장 지명… 첫 과제는 사법부 신뢰 회복이다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통령실 제공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다음 달 24일 임기를 마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뒤를 잇는 새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야당이 절대 과반을 확보한 여소야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및 임명동의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하겠지만 대법원장 교체로 이뤄질 사법부 정상화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지난 6년 동안 김명수 사법부가 사법행정 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실시한 각종 조치가 성공적으로 완수되기는커녕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웠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지금 심각한 위기다. 법원의 존립 이유인 공정과 중립이 의심받는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3년 반이 넘도록 1심조차 끝나지 않았다. 윤미향 의원 및 조국 전 장관 사건 재판도 이유 없이 늘어져 법원의 정치화 우려가 컸다.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판사들이 물러난 자리를 우리법연구회 같은 특정 모임 출신 인사들로 채워 법원을 코드화·이념화했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김 대법원장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최근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판사의 판결이 법원 전체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으로 커졌는데 대법원은 해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게다가 법원의 행정 기능마저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와 법관의 법원장 추천제 도입 이후 극도로 약화됐다. 재판 지연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민원이 쏟아지지만 속수무책이다. 사법행정 민주화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결과는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받고, 속출하는 부작용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법부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새 대법원장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법원의 비정상을 바로잡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보수·진보와 같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판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 그러나 그것이 개인적 정치 편향을 드러내거나, 정치적 이유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까지 용납한다는 뜻은 아니다. 판사들이 판결문을 작성할 때 법원행정처의 눈치를 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법관에 대한 최소한의 인사관리마저 방치해 법원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진영 논리가 끼어들 이유가 없다. 진보 성향 대법원장이 수평적 구조로 만든 사법부를 보수 성향의 대법원장이 수직적·관료적 조직으로 회귀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지금 법원이 직면한 신뢰의 위기를 간과하는 정치권의 이분법적 사고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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