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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잇단 흉악 범죄에 국민 안심할 수 있는 대책 시급하다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최모씨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역 등 사람이 많은 곳을 지날 때 주위를 경계하게 된다. 호젓한 공원 샛길을 혼자 가는 게 꺼려진다. 둘레길이나 등산로에서 사람을 보면 혹시나 흉기류를 들고 있는지부터 살핀다. 불과 한 달 새 서울 신림역과 성남 서현역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신림동의 공원 둘레길에서 성폭행 살인 사건이 벌어진 뒤 나타난 현상이다. 붐비는 곳에선 흉기 난동이, 한적한 곳에선 잔인한 성범죄가 터지니 국민들은 “어디 갈 곳이 없다”며 극도의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밤에도 혼자 다닐 수 있어 세계 어느 곳보다 안전하다던 대한민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일부터 다중밀집장소 4만여곳에 형사·기동대 등 26만여명을 배치하며 특별 치안 활동을 벌였음에도 신림동 성폭행 살인을 비롯해 크고 작은 묻지마 범죄 등이 잇따랐다. 이러니 경찰 대응이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21일 특별 치안 활동은 “범죄 의지 제압과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일시적 인력 동원은 한계가 있다는 게 최근 일련의 사건들에서 드러났다. 국민이 체감할 실효적 대책을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치안 예방 시스템 강화가 급선무다. 샛길, 공원 외곽 등 인적이 드문 장소에 CCTV와 가로등을 추가 설치해 범죄 사각지대를 없애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날 열린 행정안전부 주재 관계기관 회의에서도 CCTV 등 범죄 예방 기반시설 확충이 논의된 만큼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 대처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겠다.

치안 인력난도 해결해야 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경찰 간부 인력은 넘쳐나는데 현장에서 뛰어야 할 하위 직급은 크게 부족하다. 특히 순경의 경우 정원의 절반이 부족한 실정이다. 의무경찰제도가 폐지되고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인력이 대폭 증원된 것이 치안력 약화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흉악 범죄와 관련해 “치안 역량 강화를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는데 기형적 인력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 인력 확충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남아도는 간부급 인력을 현장에 배치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경찰의 기강이 바로 서지 않으면 각종 대책도 무용지물이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이가 살인예고 글을 올렸다. 민중의 지팡이가 민중의 흉기가 된다면 국민은 누구에게 안전을 의지해야 하는가. 경찰은 속히 작성자를 색출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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