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는 한·미·일 3국이 18일(현지시간)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군사·경제 협력 등을 강화하기로 하자 “냉전의 기운에 전 세계가 한기를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한·일을 겨냥해 “신냉전의 최일선에서 미국을 위해 보초 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화통신은 20일 사평에서 “미국 대통령 별장에서 만난 한·미·일 정상들은 군사 분야 등에서 3국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소위 ‘중국 위협’이라는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주도하에 3국은 안보 수호를 기치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지정학적 소집단을 만들고 지역의 전략적 안보를 해치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통신은 또 “미국이 한·일을 끌어들여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양국의 안보를 고려하지 않고 그들을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한·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도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은 북한을 직접 겨냥해 한반도를 압력솥으로 만드는 일”이라며 “한국이 가장 큰 압박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뤼차오는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는 신냉전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향후 동남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등장을 경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의 군사 전문가 송중핑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제 중국은 미국이 필리핀 같은 나라를 끌어들여 동맹 관계를 확대하는 조짐을 주시할 것”이라며 “이는 인도·태평양판 나토가 될 것이므로 중국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중국은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다음 날인 19일 J-16 전투기와 KJ-500 조기경보기, Y-9 전자전기 등 군용기 45대와 군함 9척을 대만 인근 해상에 띄워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 중 군용기 27대는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경계선 역할을 하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거나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중국군 동부전구는 “계획대로 대만섬 주변 공역과 해역에 도착해 전 방향으로 섬 포위 진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차기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부총통이 남미 수교국 파라과이를 방문하는 길에 미국을 경유한 데 대한 반발이자 한·미·일 정상회의를 겨냥한 도발로 해석된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의 무력시위에 병력을 보내 대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만 유도 미사일 호위함 톈단에 승선한 병사가 망원경으로 중국 호위함 쉬저우를 감시하는 모습 등 5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일부 사진은 쉬저우함의 구조가 육안으로 식별될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촬영됐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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