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연금 개혁안 최종 보고서에 보험료율을 최소 3% 포인트 인상하는 내용의 ‘재정 안정’ 시나리오만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 보장 강화 방안은 제외하기로 했다. 보고서 최종 논의 자리에서 일부 위원이 항의하며 퇴장하는 등 또다시 합의 단일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앞서 지난 3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수준의 보고서를 제출했었다. 연이은 합의 실패로 정부 부담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2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재정계산위는 최종 보고서 작성을 앞두고 지난 18일 열린 회의에서 보험료율(납부하는 돈)을 현재 9%에서 12%, 15%, 18%로 올리는 3가지 안을 보고서에 담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현재의 40%를 그대로 유지한 채 보험료율을 높이는 내용만 검토됐다. ‘더 내고 똑같이 받는 방식’(재정 안정 시나리오)으로 방향을 정한 것이다. 재정계산위는 5년마다 재정여건과 출산율 등을 따져 국민연금 개선안을 만들고 이를 정부에 제출하는 전문가 기구다.
재정계산위가 보험료율 12~18% 조정 방안을 논의한 만큼 현행 9%인 보험료율은 최소 3% 포인트, 최대 9% 포인트 인상되는 범위에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계산위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향후 5년에 걸쳐 12%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경우 2047년 연금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2063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상황을 유지할 경우 그 시점은 각각 2041년, 2055년으로 전망된다. 보험료율 3% 포인트 인상으로 몇 년의 시간은 벌 수 있다는 뜻이다.
재정계산위는 회의에서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소득 보장 강화 시나리오)도 포함해 논의를 진행하려고 했다. 소득대체율을 50%로 늘리고 보험료율도 13%로 올려서 노인 빈곤 심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게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방안은 보고서에서 ‘소수 의견’으로만 기재하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이에 소득 보장 강화를 주장해 왔던 일부 위원은 “이럴 거면 아예 우리 의견을 빼라”고 항의하며 퇴장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소득대체율 상향 시나리오가 아예 제외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의 정용건 공동집행위원장은 “국민연금 존립 목적은 국민의 노후 빈곤 해결이 첫 번째”라며 “그런 고민과 함께 재정을 안정화할 방안을 찾아 종합보고서를 내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금 지급개시연령을 현재 65세에서 더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는 2038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복지부는 재정계산위 논의에 대해 “최종 보고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정계산위는 보고서 초안을 이르면 오는 30일 공청회를 통해 공개하고 이후 복지부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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