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보조금 예산을 최소 5000억원 감축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부정수급이 다수 적발된 부처의 보조금 예산이 구조조정될 전망이다. 국고보조금은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수행하는 사업의 경비 일부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의료급여, 에너지 바우처 등이 대표적이다.
기획재정부는 3년의 존속기간이 만료되는 보조사업을 사업의 타당성(80점)과 관리의 적정성(20점) 기준으로 평가한다. 정량 점수가 85점에 미치지 못하면 지출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다. 구조조정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지 않아도 사업방식 변경 등을 통한 효율화가 이뤄진다. 보조금 지급 사업에서 정부의 직접 지원 사업으로 전환하거나 보조금 지급 비율을 조정하는 식이다.
20일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는 278개 보조금 사업이 평가대상에 올랐다. 이 중 176개 사업의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다. 11개 보조금 사업은 즉시 폐지된다.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사업은 22개다. 42개 사업은 10% 이상의 예산 감축이 이뤄진다. 102개 보조금은 사업방식이 변경된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2023년 보조사업 연장평가안’에 담았다.
국고보조금 예산은 2018년 66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02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증가분 중 일부가 부정수급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민간단체 보조금 사업 예산 삭감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예산 조정을 진행했다. 최근 3년간 314억원의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이 드러난 만큼 과감한 칼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고보조금은 예산 낭비가 없도록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보조금 부정수급의 대부분을 차지한 부처의 보조금 삭감이 유력하다. 5개 부처의 보조금 부정수급은 전체의 97.8%를 차지했다. 대표적으로 요양병원 운영자가 허위 진료 기록을 작성해 요양급여를 수급하거나 이혼한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받았으나 이를 숨기고 한부모 가족 지원금을 수급한 사례 등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보조금 예산은 5000억원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는 대통령실이 지난 6월 제시한 목표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조금 지출 구조조정 최종 결과는 9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며 “관성적으로 주어지던 수천만원, 수억원 단위의 보조금 사업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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