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2023 아시아 남자배구선수권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객관적 우위를 바탕으로 변칙 라인업을 시험 가동하면서 쾌조의 출발을 끊었다.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이란 우르미아 알가디르 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방글라데시를 3대 0(25-19 25-22 25-19)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아직 첫 경기를 치르지 않은 파키스탄을 제치고 조 1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공격의 핵 허수봉(현대캐피탈)은 15득점을 몰아치며 승리를 견인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나경복(국방부)이 13득점으로 뒤따랐고 정지석(대한항공), 황택의(국군체육부대) 등도 활약했다.
방글라데시에 전력 우위를 점한 한국은 이날 예상 밖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본래 아포짓인 임동혁(대한항공)을 소속팀 동료 김규민과 함께 미들블로커로 기용한 것이다. 특유의 매서운 공격력과 2m의 우월한 신장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중앙을 장악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시종일관 앞선 끝에 1세트를 무난히 챙긴 한국은 2세트 초반 방글라데시에 리드를 내주며 고전했다. 흐름을 다시 뺏어온 건 김규민의 속공이었다. 허수봉 나경복 정지석이 사이드 공격으로 힘을 보탰고, 낯선 자리를 받아든 임동혁 또한 속공과 라이트 공격을 섞으며 자체적으로 돌파구를 모색했다. 결과적으론 방글라데시의 범실까지 끌어내며 이변 없는 3대 0 승리에 성공했다.
총 18개국이 참여한 이번 대회는 각 조 최하위를 뺀 두 팀이 12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방식이다. 대표팀이 21일 열리는 파키스탄과의 조별리그 2차전까지 승리하면 조 1위로 12강에 진출하게 된다. 파키스탄은 세계 랭킹 54위로 한국(28위)보다 순위 면에서 한 수 아래다.
한국은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에서 총 4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횟수로는 일본(9회)에 이어 이란과 함께 공동 2위지만 2003년 이후 19년간 왕좌에 앉지 못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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