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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1년차, 후배들에 생생한 경험 전할 수 있어 뿌듯해요”

[자립준비청년에 희망 디딤돌을] 멘토 활동 시작한 19세 정모군

자립준비청년 정모군이 16일 강원도 영월군의 한 카페에서 오혜경 강원도자립지원전담기관장과 상담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 교육을 받을 때 LH 전세임대주택 얘기는 빠진 적이 없어요. 그래서 사회에 나가면 LH 전세임대주택에서 살아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그런데 LH는 영월 어디에도 없었어요.”

강원도 영월군에서 16일 만난 자립준비청년 정모(19)군은 자신이 사회에 처음 진출하며 겪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놨다. 정군은 대전의 한 고교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12월 코레일 고졸 전형에 응시해 합격했다. ‘공기업에 취업해 하루빨리 독립하겠다’는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선 순간이었다.

정군은 “18년간 단체생활을 해온 대전의 보육시설을 벗어나 자유를 빨리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 진학보다는 취업을 택했다”며 “처음 도전한 공기업에 한 번에 합격해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발령지는 영월역, 첫 출근일은 올해 1월 2일이었다. 정군은 발령지가 발표된 지난해 12월 중순 보금자리를 구하고자 LH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선 “영월에는 LH 전세임대주택이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가 들려왔다.

정군은 자립에 앞서 자치단체와 관계기관으로부터 자립준비청년 교육을 수차례 받았다. 교육자료에는 LH 전세임대주택과 관련한 내용이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LH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전세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한다. 보증금 100만원에 최대 6년까지 빌릴 수 있다.

정군은 “첫 단추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주택임대 앱에도 영월의 전·월세 정보가 없어 더 답답했다”고 말했다. 막막하기만 하던 정군이 문을 두드린 곳은 강원도자립지원전담기관이다.

정군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오혜경 강원도자립지원전담기관장은 사무실이 있는 강원도 춘천에서 2시간 거리의 영월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 하지만 오 관장도 집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한겨울에 내놓은 집이 많지 않았고,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하기보다는 개인 거래가 더 활발해 정보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 관장과 함께 집 구하기에 나선 정군은 발품을 판 지 7일 만에 보증금 300만원, 월세 30만원짜리 방을 구해 입주했다. 보증금은 대전 보육시설이 연계해 준 후원기관의 도움으로 마련했다.

정군은 “집을 구해본 적이 없어 사기당하지는 않을는지, 문제 있는 집은 아닌지 별걱정이 다 들었다”며 “오 관장님 도움이 없었다면 집을 구하는 게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 어디에서나 자립준비청년이 입주할 수 있는 주거여건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부터 후배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멘토 역할을 하는 바람개비서포터즈 활동을 시작했다. 후배들이 자신과 같은 실수를 겪지 않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정군은 지난달 원주에서 열린 첫 번째 바람개비서포터즈 활동에 참여했다. 지난 5일에는 춘천에서 두 번째 활동을 했다. 그는 두 번의 활동을 통해 10여명의 청소년들에게 집을 구하며 겪은 이야기와 자신의 성장기, 취업 성공담 등을 들려줬다.

정군은 “저 자신도 사회경험이 많이 부족하지만, 후배들에게 생생한 정보를 준다면 사회진출 과정에서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 같다”며 “나의 경험담을 들려줄 수 있어 뿌듯했고, 나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어서 더 뜻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하려는 친구들이 두려움과 실패 없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꾸준히 멘토 역할을 하고 싶다”고 약속했다.

영월=글·사진 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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