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 업체들이 ‘소비자’에 눈을 뜨고 있다. 대부분 기업 대 기업(B2B) 영업을 하던 건설기계 업체들은 차츰 ‘소형 장비 시장’에 주목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접점’ 늘리기에 나섰다.
소형 장비 시장은 꿈틀대고 있다. 소형 굴착기를 보유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건 숫자로 확인된다. 14일 국토교통부의 건설기계 통계에 따르면 3t 미만 굴착기를 조종할 수 있는 면허 소지자는 지난 2018년 10만1790명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17만8950명으로 75.8%나 증가했다. 3t 이상 굴착기를 조종할 수 있는 기능사 시험 응시자도 크게 늘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2022년 국가기술자격통계연보’를 보면 2018년 9만6888명이었던 기능사 시험 응시자는 2021년 12만4980명으로 약 29% 증가했다. 합격자도 매년 2만명가량 된다.
건설기계 업체들은 ‘수요 확대’에 주목한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최근 세계 최초로 굴착기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문을 열었다. 온라인 스토어에선 전자구매 상담과 계약, 최종 결제, 정부 보조금 신청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한 번에 할 수 있다. 구매대금 할부금융 신청도 가능하다. 온라인 스토어에 들어가면 크기, 용량, 외형, 계기판과 같은 인테리어 등의 제원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미니 전기 굴착기(사진)’다. 자체 개발한 배터리팩과 고성능 모터를 탑재했다. 용량 20㎾h를 완충하는 데 걸리는 시간, 주행 속도, 굴착력 등을 보기 쉽게 안내했다. 흡사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온라인 매장에서 전기차 모델들을 살펴보는 것과 유사하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판매 경로를 넓히는 시도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엔 한국 최초로 TV홈쇼핑에서 1.7t짜리 디젤 미니 굴착기를 판매하기도 했다. 10대 한정으로 팔았는데, 70여건의 상담 신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TV홈쇼핑에 이어 온라인 매장을 연 배경에는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 대형 중장비가 아닌 3t 미만 굴착기 같은 소형 장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HD현대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미니 굴착기는 농장, 전원주택 등을 계획하고 있는 은퇴 전후의 고객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의 중장비 회사인 두산밥캣은 패션기업과 협업에 돌입했다. LF 관계사인 트라이본즈와 함께 ‘밥캣어패럴’을 만들어 다음 달에 의류 브랜드를 출시한다. ‘고프코어룩(일상복처럼 입는 아웃도어 의류)’을 표방한다. 지난 4월에 20~30대가 자주 찾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를 열고 시장 반응을 살피기도 했다. 두산밥캣은 경쟁사인 HD현대건설기계와 함께 중장비 위주 영업으로 해외 매출이 높은 편이다. 이번 의류 브랜드 출시는 미국 기업이던 밥캣을 인수한 지 10년이 넘으면서 한국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젊은 이미지를 획득하려는 전략을 깔고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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