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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숭고한 나눔, 장기기증

한승주 논설위원


24살 해금 연주자 이지현씨는 일을 마치고 돌아와 잠자리를 준비하다 갑자기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뇌사 상태가 됐다. 세상을 등지기엔 너무 젊은 나이, 황망한 상황에서 이씨의 부모는 딸의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부모 모두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로, 애교 많던 막내딸의 몸 일부가 살아있다는 게 가족에게도 위안이 될 것 같았다고 한다. 그렇게 이씨는 3명에게 생명을 나누고 떠났다.

버스킹을 하며 가수의 꿈을 키우던 24살 김녹토씨도 불의의 낙상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먼 곳으로 갔다. 꿈 많던 고려대생 24살 이주용씨는 4학년 1학기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가족과 식사 후 방으로 들어가던 중 쓰러졌다. 그는 6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부모는 아들이 숨을 거둘 위기가 몇 차례 있었는데 기증하는 순간까지 견뎌준 것이 존경스럽고 고맙다고 했다.

모두 최근 한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젊디젊은 나이, 누구도 갑작스러운 죽음이 기다릴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던 순간 이들은 쓰러졌다. 끝내 일어나지 못했고 가족은 장기기증을 선택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그 결정으로 누군가는 죽음의 끝에서 살아났다.

매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장기기증을 서약하는 사람은 10만명이 넘고, 누적 기증 희망자는 2022년 기준 230만명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장기기증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증 희망자 중 20대가 36%로 가장 많은데 가족에게 이를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이 뇌사 상태가 됐을 때 가족들은 기증 결정을 망설인다. 현행법은 본인이 동의했다 해도 가족이 거부할 경우 장기이식이 불가능하다. 시신에 대한 예우, 장기 적출의 거부감도 영향을 미친다. 한 기증자 가족이 올린 영상을 보다가 이 문구에서 눈길이 멈췄다. ‘장기기증은 누군가의 끝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작이다.’ 아무나 하지 못하는 그 결정을 존경하고 존중한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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