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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또 처음 보는 태풍

태원준 논설위원


작년 9월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힌남노를 예보관들은 “처음 보는 태풍”이라고 했다. 태생부터 남달랐다. 태풍은 통상 ‘북서태평양 저위도(북위 5~20도)의 따뜻한 바다’에서 발생하며 수온이 높을수록 크고 강하게 성장한다. 힌남노가 열대저압부에서 태풍으로 발달한 해상은 북위 26.9도. 자연의 오랜 법칙을 깨고 북위 25도 이상에서 발생한 첫 슈퍼태풍이었다.

이후 여정도 이례적인 현상들로 가득했다. 열대저압부가 태풍이 되면 보통 북진을 시작하는데, 힌남노는 엉뚱하게 남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막 생겨난 12호 태풍 무이파를 잡아먹어 몸집을 불렸다. 일본 오키나와 부근에서 급격히 꺾어 한반도로 올라왔고, 위도가 높아질수록 힘이 약해지던(수온이 낮아지니까) 기존 태풍과 달리 북위 30도를 넘어서 거꾸로 세력을 키웠다. 남부지방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간 뒤에도 강도 ‘강’을 유지한 태풍은 힌남노가 거의 유일하다.

어제 전국을 휩쓴 태풍 카눈도 ‘처음 보는’ 놈이었다. 40년 경력의 예보관이 “태풍백서를 찾아봐도 이런 건 없었을 것”이라 했을 만큼 기이한 경로로 한반도를 찾아왔다. 지난 4일 대만 북동쪽 해상에서 중국에 곧 상륙할 듯 접근하던 카눈은 마치 당구공이 벽에 부딪쳐 튕겨 나오듯 정반대로 방향을 틀어 동쪽을 향했다. 일본 가고시마 남쪽 해상까지 수평으로 동진하더니 당구대의 반대편 벽에 부딪치기라도 한 것처럼 다시 튕겨 나와 북상했다.

관측사상 처음 한반도를 수직 관통한 카눈의 길은 서쪽 티베트 고기압과 동쪽 북태평양 고기압이 ‘당구대의 벽’ 역할을 해서 만들어졌을 거라 한다. 튕겨 나오기 직전까지 각국 기상청 슈퍼컴퓨터가 저마다 다른 경로를 전망했을 만큼 예측불허의 행보였다.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바다가 갈수록 기이한 태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처음 보는 태풍을 해마다 보게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몇 해 전부터 ‘가을 태풍’이 부쩍 많아졌다. 역시 높아진 수온 탓이다. 올해 태풍 시즌은 아직 한참 남았다. 또 어떤 이상한 놈이 올지 모르니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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