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불어나는 가계부채가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은 관계기관 점검 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9일 한국은행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달 말 기준 1068조1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원 늘었다고 밝혔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2조3000억원) 증가세로 돌아선 뒤 5월(4조2000억원)과 6월(5조8000억원) 등 증가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7월 증가 폭은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1년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하는 건 주택담보대출이다. 지난달 은행 주담대는 주택 구입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면서 6조원 늘었다. 주담대는 올해 들어 지난 2월(-3000억원) ‘반짝’ 감소한 것을 빼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아파트 거래량 증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택자금 수요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본격적인 가계부채 관리 모드에 착수했다. 금융위는 10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가계부채 동향을 점검하는 한편 대응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으로 관리를 집중해야 할 부분과 정책 모기지의 방향, 구조적 개선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의 향후 추가 공급 규모와 금리 조정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월 말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 정책자금이 주택 수요 물꼬를 터 민간 주담대 증가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 중 일반개별주담대와 정책모기지는 각각 3조9000억원, 2조4000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11일부터 일반형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미 연내 공급 목표의 78.5%(31조1000억원)를 채운 만큼 조기 소진될 시 추가 공급 규모 확대 논의는 불가피하다. 향후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더 인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택금융공사는 매달 시장금리를 반영해 금리를 재산정한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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