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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샘] 웃음의 모어 ‘울음’의 신비


소소한 일상 생활 가운데 인간은 자주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간지럼을 태워서 웃거나 극심한 통증을 참을 수 없어서 우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웃음과 울음의 정신적인 공통점은 ‘고정관념이 깨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코미디를 보면 대부분 ‘고정관념’을 흔들어서 ‘웃음’을 유발한다. 멀쩡한 젊은 성인이 어린이 목소리를 내거나 노인 흉내를 내거나, 남녀의 성(性)을 바꾸어 분장하거나, 표준 사투리를 지방 방언으로 바꾼다든지, 그리고 정형화된 사람의 몸동작을 과장되게 왜곡해 표현하는 등 일반적으로 사람이 생각하는 소위 ‘표준’이라는 영역을 넘어가면 자신도 모르게 웃게 된다.

그런데 웃음은 기독교 영성에도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성경은 창세기부터 ‘고정관념의 해체’와 연관된다. 무(無)로부터의 창조, 90살 된 노인 사라가 아이를 가진다. 처녀가 아이를 잉태하고, 죽은 사람이 사흘 만에 다시 살아 영원히 부활하신다. 그리고 우리도 부활해 천국에 간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경험이나 이성으로 파악할 수 없는 상식이라는 ‘고정관념’ 밖의 내용이다. 따라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펼치신 오묘한 이 세계를 ‘믿음’의 눈으로 볼 때 고정관념이 깨지니 웃음이 그칠 수 없다. 하나님의 성전으로 향할 때 우리의 입가에는 믿음의 웃음이 스치며, 예배를 드릴 때 우리는 사랑의 웃음이 얼굴에 꽉 차게 된다. 불안과 좌절의 고정관념이 변해 희락이 되고, 실패가 성공으로, 죽음이 생명으로, 원수가 사랑의 이웃으로 변하는 공동체에 신앙인의 ‘웃음’은 동반되는 것이다.

‘웃음’이 ‘고정관념의 해체’로 나타나는 얼굴의 현상이라면 ‘울음’은 절대 깨어지지 않을 것 같던 고정관념이 전혀 기대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해소될 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길에서 딸을 잃어 수십 년 동안 생사를 모르고 헤어져 살던 모녀가 상봉하는 경우를 보자. 어머니와 딸은 각자 언젠가는 만날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이 실현될 수는 없다는 ‘고정관념’에 잡혀 살다가 극적으로 만나는 장면 속에는 어김없이 ‘웃음’이 아니라 ‘울음’의 현상이 먼저 나타난다. 물론 처음에는 울음으로 시작되지만, 울음은 웃음으로 그리고 점점 기쁨으로 바뀐다. 따라서 웃음을 잉태하고 있는 모어(母語)는 울음이라고 봐도 된다.

그런데 기독교인이 신앙적으로 경험하는 ‘울음’에는 웃음보다 더 한층 놀라운 신비가 담겨있다.

그 누구도 “절대 가능하지 않다”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던 고정관념이 깨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 신앙인에게 ‘울음’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태초 이후 인간의 노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 가능하게 된 일, 그것이 무엇일까? 바로 ‘하나님과 인간의 만남’이다. 태초의 사람이 하나님을 배반하고 원수가 된 후 예수님은 직접 우리를 사랑하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다. 그리고 성령을 약속하셨다. 그런데 성령으로 감동하여 주님을 만나 죄를 고백하고 다시 하나님과 하나가 되는 순간, 우리는 운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생각하며 울고, 구원받아 기뻐서 운다. 그리고 울음은 부활의 새 희망으로 넘쳐서 점점 기쁨의 웃음으로 바뀌게 된다.

사도 바울은 박해 가운데에서도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고 권면했다. 크리스천은 모든 것을 다 주님이 주관하신다는 믿음으로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다. 비록 세상 처처에 웃음보다도 ‘울음’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울음은 반드시 웃음으로 바뀌게 돼있다.

왜냐하면 주님은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계 21:4)고 약속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이 땅에서 눈물을 흘리셨지만 부활하셔서 우리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주시기 원하신다. 그 믿음으로 지금의 울음이 웃음으로 변할 줄 믿고 끝내 이기는 신앙인이 되자.

유경동 목사 (감리교신학대 기독교윤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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