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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매 순간이 새로운 길… 인생 길도 이와 같네

남녀노소 OK!… 산악 오토바이의 세계

강규호 MRK모토라드 대표가 지난달 8일 경기도 파주의 한 야산에서 가파른 언덕을 올라오고 있다. 언덕을 오르는 동안 높은 균형감각과 끝까지 오토바이를 놓치지 않는 집념이 필요하다.

“한번 타보면 기사가 달라지더라고요.”

오토바이 무경력 35년인 기자에게 오프로드 모터사이클팀 이남기 감독이 자신의 오토바이에 타보길 권했다. ‘기회가 없어서 못 탔지, 용기가 없어서 못 탔나’ 생각해 냉큼 올라탔지만, 가파르고 험한 경기도 파주의 야산 길을 달리다가 제 발로 내렸다.

“전 기어서 올라갈게요.”

경사 70도가 넘는 언덕 위로는 도저히 타고 올라갈 엄두가 안 났다. 기다시피 하며 올라간 언덕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오는 산악오토바이 동호회 회원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산악오토바이를 즐기는 아버지를 따라 하재호 군이 지난달 8일 경기도 파주의 한 야산에서 전날 내린 비로 잠긴 웅덩이를 지나고 있다.

지난달 8일 파주의 한 야산에 모여 산악오토바이를 즐기는 동호회원들을 만났다. 강규호 MRK모토라드 대표를 중심으로 주말 오전 10여명 정도가 모여 산으로 간다. 이날 취재차 찾은 기자를 위해 초등학생 아들을 데려온 회원도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선물로 800만원 가량의 미니 오토바이와 헬멧, 슈트, 가슴과 무릎 보호대 등 안전 장비를 받은 하재호(8)군은 6살 때부터 자전거를 탔다. 나름 조기교육이었던 셈이다. 유럽에서는 어릴 때부터 체인 없는 자전거로 시작해 오토바이까지 가르친다. 이날 미니 오토바이를 타고 비교적 쉬운 코스를 달린 하군은 “오토바이는 좀 무서운데 재밌다”고 소감을 전했다.

직장인 윤지희 씨가 지난달 9일 경기도 파주의 한 야산에서 모토사이클을 끌고 오르고 있다. 비로 진흙이 된 구간에서는 끌고 가야하는 경우도 있다. 체력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지만 경력 4년차 윤 씨는 거침없이 구역을 통과했다.

모토라드 서울에 다니는 직장인 윤지희(40)씨는 4년째 산악오토바이를 즐긴다. 지난달 9일 파주에서 만난 윤씨는 산악오토바이의 매력을 “오늘같이 비가 오면 산악지형이 하드(단단)하게 바뀐다. 탈 때마다 흙이 미끄러워지고 지형 난이도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같은 길이지만 탈 때마다 다른 길로 다니는 것 같아 질리지 않는다는 재미도 있다. 산악오토바이는 높은 수준의 근력이 요구돼 초보자나 윤씨 같은 여성이 입문하기엔 난도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런 벽을 깨고 올라갔을 때 찾아오는 짜릿함이 있어 아무 문제가 안 된다.

이날 회원들은 돌이 많은 산길을 거침없이 내달렸다. 날씨는 비가 오는 게 더 좋다. 오토바이의 보호대와 보호 슈트 때문에 더운 날엔 땀이 많이 난다. 코스를 한 번 돌고 나면 땀에 흠뻑 젖는다. 하지만 힘들기에 더 재밌다.

이 감독은 산악오토바이의 매력에 대해 “아드레날린이 폭발한다. 포기하고 싶다가도 끝에 가서 다시 힘이 난다. 그 희열을 느끼고 싶어 계속 도전한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면 레이스는 더욱 어렵다. 땅은 무르고 진흙은 오토바이 바퀴에 붙어 접지력을 떨어뜨린다. 경사를 올라갈 때 마찰에 의한 접지력이 약하면 자꾸 미끄러진다.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을 주로 산악지형에서 타는 이유는 엔듀로(Enduro)라고 불리는 세계적 대회의 환경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대회 참가자들은 GPS 수신기에만 의지해 오토바이를 타고 일정 시간 안에 목표지점에 도달해야 한다. 어떤 길을 택하는지 판단이 중요하다. 오토바이로 하루 10시간 거친 산길을 200km 넘게 달려야 한다. 오토바이의 타이어도 일반 타이어와 달리 표면이 거칠고 공기압을 자동차의 4분의 1 수준으로 채워 펑크가 잘 나지 않게 설계돼 있다. 2018년 세계적 엔듀로 대회인 루마니아 액슬러에 출전해 브론즈 등급 8위에 오른 강 대표는 “루마니아의 산악지형을 달릴 때 특전사 군 생활에서 산악행군이나 GPS로 길을 찾은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파주=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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