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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동네북 된 맘카페

고세욱 논설위원


과거에도 엄마나 학부모 모임에 들어가야 학원, 맛집 정보를 많이 알던 때가 있었다. 2000년대 초 포털사이트에서 생긴 맘카페는 랜선 연결로 보다 많은 엄마들이 살림, 육아, 지역문제 등 주요 정보를 공유했다. 다른 취미용 커뮤니티보다 관계가 끈끈했다. 도시별 지역별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최대 맘카페로 알려진 맘스홀릭의 회원수는 현재 300만명이 넘는다.

여기서 멈췄더라면 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역여론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일탈이 시작됐다. 맘카페의 평가가 학원, 식당, 병원 등의 영업을 좌지우지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따르면 경기 북부 한 신도시에서는 맘카페 회원들 등쌀에 최근 2~3년새 소아과 8곳이 폐원했다. 나아가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마녀사냥 등 한국 사회 폐해의 온상처럼 여겨졌다. 2017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홍보 전단에 맘카페 16곳의 이름이 올라갔다. 문재인정부 때 코로나19를 우한폐렴으로 부르거나 ‘조국사태’를 비판하는 이를 강퇴시킨 곳들도 있었다. 지난주 서울 서이초 선생의 죽음과 관련해 국민의힘 3선 의원 연루설 진원지가 맘카페였다. 한 어린이집 교사가 맘카페의 가짜뉴스에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음식점 직원이 임신부 배를 걷어찼다는 거짓 소문이 맘카페에 퍼지며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장원영 해프닝’을 보면 이제 맘카페에서 나오는 얘기는 무조건 욕먹는 단계까지 온 것 같다. 최근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갑자기 다가와 팔을 만지려는 아이에 놀라 피하는 동영상이 퍼졌다. 일부 맘카페에서 “아이를 벌레 보듯 한다”고 그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자 “누가 만지는데 그럼 웃어야 하느냐”는 비판이 쇄도했다. 모 정치인도 “맘카페가 절대권력이 됐다”고 거들었다. 시각에 따라 여러가지로 해석할 법한 영상임에도 맘카페는 동네북 신세가 됐다. ‘맘’이란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단어가 기피,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한 느낌이어서 씁쓸하다. 맘카페 회원들의 자정과 초심 찾기가 시급해 보인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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