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에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 메모리(HBM)의 생산을 배로 늘린다. 상반기에 반도체에서만 9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로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매출 60조100억원, 영업이익 6700억원을 거뒀다고 27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2.28%, 영업이익은 95.26% 감소했다. 반도체(DS) 부문은 매출 14조7300억원에 영업손실 4조3600억원을 찍었다. 2개 분기 연속 적자다. 올해 상반기 누적 적자 규모는 8조9400억원에 달한다. 2분기에는 HBM, DDR5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개선됐다. 감산 효과도 나타나면서 지난 5월 이후 재고가 줄고 있다. 반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는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을 올렸다.
이에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늘리고, 일반 제품을 줄이는 ‘선택과 집중’에 돌입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인 HBM 생산을 대폭 늘린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HBM의 경우 올해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10억기가비트(Gb) 중반을 넘어서는 수요를 확보했다. 내년 HBM 생산능력은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 확보 중이다. 향후 수요 변화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추가 감산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선두업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가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 선두업체로 HBM2를 주요 고객사에 독점 공급했고, 후속으로 HBM2E 제품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다. HBM3도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용량으로 고객 주문이 들어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첨단 NCF(논컨덕티브필름) 소재를 개발해 현재 양산 중인 HBM3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구·개발(R&D)에 사상 최대인 7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2분기 영업이익의 10배 이상을 R&D에 쏟아부은 것이다. 시설투자(14조5000억원)도 2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SK하이닉스, TSMC, 인텔, 마이크론 등이 실적 악화로 투자를 줄이고 있는 흐름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삼성전자 DX부문의 2분기 매출은 40조2100억원, 영업이익은 3조8300억원에 달했다. 2분기에 스마트폰 5300만대, 태블릿 600만대를 판매했고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은 269달러였다. 갤럭시 S23 출시 효과가 줄면서 프리미엄 판매가 다소 감소했다. TV와 가전은 수요 감소에도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호조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하만은 매출 3조5000원, 영업이익 2500억원을 거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6조4800억원, 영업이익 8400억원을 올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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