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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서 ‘인질’ 돼버린 우주항공청… 정쟁에 되는 일이 없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7일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 방향’을 발표했다. 신설될 우주항공청에 발사체, 인공위성, 첨단항공 등 여섯 부문을 거느린 우주항공임무본부를 두고 외부 연구기관과 유기적 체계를 구축한다는 골격을 설명했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관련 기능을 우주항공청에 모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장관이 기자들을 모아놓고 브리핑한 내용은 확정된 게 아니었다. 확정할 수가 없었다.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된 우주항공청 특별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과는커녕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이 장관은 “법안 제출 후 시간이 많이 지나 국민 여러분이 궁금하실 듯해서” 브리핑하는 거라고 했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사안이다. 필요성과 시급성을 다들 인정하는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놓고 지난 두 달간 공전을 거듭해왔다. 5월 말 위원장 교체 이후 제대로 된 회의를 한 번도 열지 못했다. 일본 오염수, KBS 수신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설 등 정쟁화한 사안들이 발목을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연내 설치” 방침에 장제원 위원장과 여당 측은 우주항공청 법안을 서둘렀지만, 야당 위원들은 오염수·수신료·이동관 문제부터 다뤄야 한다며 회의를 거부했다. 급기야 장 위원장이 “우주항공청법을 처리해주면 물러나겠다”고 위원장직을 거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벌어졌고, 어제와 그제 직권 소집한 과방위 전체회의는 야당의 불참에 반쪽짜리가 됐다.

곡절 끝에 안건조정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우주항공청의 운명이 어찌 될지 안심할 수 없다. 최장 90일까지 논의하는 기구이고 다수인 야당에서 위원장을 맡는 터라, 방통위원장 임명 문제 등 여야 대치 상황이 벌어질 경우 제대로 굴러가리라 장담키 어렵다. 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인질’이 돼 있다. 그놈의 정쟁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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