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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묘한 시기에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 줄 세우기 꼼수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2호 쇄신안으로 제시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 전환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민주당 내에서는 친명계와 비명계가 찬반으로 갈려 분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한 국회의원의 책임을 무겁게 할 수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공개돼야 하는 정보”라고 취지를 밝혔는데 원론적으로는 옳은 얘기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해외 선진국들도 대체로 기명 투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그런 이유에서일 게다.

하지만 혁신위의 제안을 선뜻 공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머지않아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이 파다한 상황에서 쇄신안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얼마 전 의원총회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결의한 상황이라 회기 중 영장이 청구되면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데 기명 투표가 ‘방탄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표결 방식이 기명 투표로 바뀌면 당의 주류와 강성 지지층의 반발,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 불이익을 의식해 의원들이 소신 투표를 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명계 의원들의 우려를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할 수 없다. 맞춤형 쇄신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와중에 이 대표가 24일 ‘조기에 기명 투표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혀 논란을 더 키웠다.

기명 투표 전환이 옳은 방향이라고 해도 시기상 오해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사안이 민주당의 혁신과 쇄신을 위해 시급을 다투는 과제라고 하기도 어렵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더라도 곧장 구속되는 게 아니다.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는 절차가 남아 있다. 떳떳하다면 심문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민주당은 이런저런 조건을 달거나 꼼수를 부리지 말고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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