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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JSA 월북

한승주 논설위원


“야 야 야, 그림자 넘어왔어. 조심하라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에서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남한 병장 이수혁(이병헌)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러자 이수혁은 뒤로 한걸음 물러난다. 그림자도 넘어와서는 안 되는 이곳은 공동경비구역 JSA(Joint Security Area)이다. 남북 군사적 갈등과 분단을 상징하는 지역이다. 경기도 파주시와 북한 개성시 판문점리 접경,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상에 동서 800m, 남북 600m에 걸쳐 있다. 1953년 10월 유엔군과 중국·북한군이 회의를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 합의해 만들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세계 유일 분단국의 현장을 느껴 볼 수 있는 인기 관광지이기도 하다. 유엔사령부는 일주일에 4회, 한 번에 40명씩 한국인과 미국인 등을 대상으로 JSA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그러던 중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8일 미군 병사가 무단 월북한 것이다. 23세 주한미군 이등병 트래비스 킹이다. JSA를 통한 미국인의 월북은 처음이다. 목격자들은 견학하던 한 남성이 갑자기 크게 ‘하하하’ 웃더니 건물 사이로 뛰어갔고, 투어 가이드들이 그를 뒤쫓았지만 잡지 못했다고 했다. 킹은 한국에서 폭행 혐의로 두 달간 구금됐다가 지난 10일 석방된 전력이 있다. 사건 당일 미국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공항으로 이송됐다가 갑자기 달아나 JSA 견학에 참여했다는데 구체적인 경위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JSA 투어는 신원확인 절차 때문에 신청 당일 참여가 어렵다. 즉 우발적인 월북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월북으로 외신은 분석했다.

이번 사건은 북·미 관계가 냉랭해질대로 냉랭해진 상태에서 일어났다. 북한은 어제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와 미 전략핵잠수함(SSBN)의 국내 기항에 반발해 탄도미사일을 기습 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 관계에 돌발 변수가 생겼다. 자국민을 데려와야 하는 미국이 ‘을’ 입장인데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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