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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샘] 영적 환상사지와 ‘치유 공동체’


‘환상사지’란 실제 팔다리가 절단되어 없는데 존재한다고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전쟁 중에 군인들이 부상하여 팔다리를 잃은 후에 뇌 신경계의 오류로 팔다리가 있다고 착각하는 증세로서, 증상이 가벼운 경우 없는 팔다리 부분이 “가렵다”고 하지만, 심한 경우 없는 팔다리에 대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존재하지 않는 팔다리가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을 보면 대부분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신경과학적으로는 팔다리가 잘려 나갈 때의 고통을 뇌신경이 기억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미 사지가 절단되었으면 그 이후에는 잘려 나간 팔다리에 대한 고통도 없어야 하는데 뇌가 있다며 착각하고 계속 고통의 신호를 보내니 과연 환상사지는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뇌신경 과학자 라마찬드란(V. S. Ramachandran)은 인간의 감각이나 지각과 관련된 신체의 기반이 뇌와 연관되었다는 관점에서 환상사지 증후군을 치료했다. 잘려 나간 사지가 있다고 뇌가 착각하고 고통을 유발하니 역으로 실제 건강한 사지가 있다고 뇌를 다시 착각하게 하는 방법으로 고통을 치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단 그림과 같이 잘려 나간 왼팔 쪽에 거울을 대고, 그 거울을 보면서 정상적인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한다.

“저기 왼손이 있네”라고 지속해 뇌를 학습한 결과 어느 순간 “저기 실제 왼손이 있네”라고 뇌가 착각하면서 고통이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환상사지와 같은 증후군은 비록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의족이나 의수를 착용하게 될 때 학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한다.

이와 같은 뇌과학의 설명은 기독교 공동체 내에서도 질병에 대한 이해 방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도 ‘치료’와 ‘치유’는 구분돼야 한다. ‘치료’가 의학적으로 접근해 해당 질병을 고치는 것이라면, ‘치유’는 전인적으로 치료의 전 과정을 포함해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위의 경우 ‘환상사지’를 치료 관점으로 보았을 때 ‘잘려 나간 팔’과 ‘고통’에 집중하지만, ‘치유’ 관점으로 접근하면 인간의 몸과 정신의 유기적 구조를 이해하게 된다. ‘치료’ 관점에서 보면 환상사지를 호소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지만, 치유 관점으로는 ‘전쟁의 고통’을 호소하는 온전한 ‘신체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기독교 공동체는 ‘치유 공동체’이다. 우리 주변에는 어쩔 수 없는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수많은 사람을 본다. 암의 경우 완치까지 이르지 못하는 치료의 한계를 우리는 목격한다. 그러나 ‘치유 공동체’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의 전인적 구원을 대망한다. 인간의 유한함 속에서 온전케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없는 팔과 다리 그리고 눈이 되어주는 한 몸의 공동체야말로 기독교 ‘치유 공동체’이다.

기독교 ‘치유 공동체’는 나아가 ‘믿음’으로 온전한 몸을 가지기를 소망한다. 아우구스투스는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엡 4:13)의 말씀을 통해 우리가 부활할 몸은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에 근거한다고 고백했다.

하나님을 바라는 믿음을 통해 장차 입을 온전한 몸을 하나님이 지어주실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영적 ‘환상사지’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부활할 몸, 하나님이 입혀주실 새 몸을 소망하며 이 땅에서 치료의 한계를 넘어 온전한 영적 치유를 향하여 전진하는 크리스천이 되자.

유경동 목사
감리교신학대 교수·기독교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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