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유명한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가 별세했다.
12일 로이터 통신은 체코 공영방송 보도 등을 인용해 쿤데라가 향년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쿤데라는 프란츠 카프카, 바츨라프 하벨과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문인으로 꼽힌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끝내 수상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쿤데라는 1929년 4월 1일 옛 체코슬로바키아의 브르노에서 태어났다. 처음엔 시를 썼고 30대 후반인 67년 첫 소설 ‘농담’을 발표했다. 이 소설이 68년 프랑스 갈리마르에서 출판돼 유럽에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같은 해 체코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에 참여하면서 탄압을 받았다. 공산당에서 쫓겨났고 작품은 압수당하고 금서가 됐다. 탄압을 피해 75년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79년 국적을 박탈당했고 2019년에서야 회복할 수 있었다. 망명 이후에는 르네 대학과 파리 대학 등에서 문학을 강의했다.
84년 출간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쿤데라의 대표작으로 그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국내에서도 100만부 이상 팔렸다.
쿤데라는 이후 ‘무의미의 축제’ ‘불멸’ ‘정체성’ 등의 소설을 발표했다. ‘소설의 기술’ ‘커튼’ ‘만남’ 등 세계문학과 소설 작법에 대한 산문집도 썼는데, 특히 ‘소설의 기술’이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 ‘작가들의 작가’로 불렸다.
그는 지금까지 모두 17권의 책을 썼는데 대부분 국내에서 번역됐다. 민음사에서는 소설, 단편집, 희곡, 에세이 등 쿤데라의 작품 15종을 완역해 ‘밀란 쿤데라 전집’으로 출간했다.
쿤데라는 메디치상, 클레멘트 루케상, 유로파상, 체코 작가상, 코먼웰스상, LA타임스 소설상 등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은둔의 작가로도 알려졌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대성공을 거둔 뒤 침묵 속으로 칩거했다. 85년 6월 다시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후 거의 40년간 ‘자발적 실종’을 고수했다.
그는 사생활을 밝히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쿤데라가 자신의 책에 넣도록 한 저자 소개글은 단 두 문장에 불과하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났다. 1975년 프랑스에 정착했다.”
부인은 체코 텔레비전의 스타 아나운서였던 베라 쿤데라다. 부부는 파리의 아파트에서 살았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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