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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헝가리 의대

한승주 논설위원


‘의대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기업에 들어가도 정년을 못 채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전문직, 그중에서도 사회적 대우를 받으며 고수익도 보장되는 의사는 인기 직업이다. ‘초등학교 의대반’이 개설되고,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죄다 의대를 1순위로 둔다. 과학 발전을 위해 이공계에 진학하겠다는 소신파는 점점 찾아보기 힘든 추세다. 의대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상위 1%만이 지원 가능한 게 냉정한 현실이다. 고3 현역이 정시로 의대 가기는 어려워져 n수생의 비중이 늘고, 수년을 의대 진학을 준비했다 실패한 ‘의대 낭인’마저 생겨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의대를 의사가 되는 우회로로 삼는 이들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해당 국가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국내에서 예비시험을 거쳐, 의사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외국 의대 졸업 후 한국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사람은 142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헝가리 의대다. 들어가기가 쉽기 때문이다. 구술시험과 문법영어·의학영어·생물·화학 등 4개 과목의 커트라인만 넘기면 되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국내 의대 진학에 비해선 한결 수월하다. 학원가에선 내신 3등급, 상위 23% 학생들도 해외 의대를 노려볼 수 있다고 선전한다.

자국민의 등록금이 무료인 헝가리 대학이 비싼 학비를 내는 외국인 유치에 적극적인 것도 한몫한다. 현재 헝가리 의대 4곳에 재학 중인 한국인은 600여명. 최근 5년간 헝가리 의대를 졸업한 86명이 국내 의사 고시에 응시해 73명이 합격했다. 합격률 약 85%로 꽤 높은 편이다. 복지부가 인정하는 해외 대학은 38개국 159곳이다. 헝가리 다음으로 졸업자가 많은 곳은 우즈베키스탄이다. 몽골,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국내 의사시험에 합격한 이들도 있다. 의대 선호는 높지만, 의사가 부족한, 그럼에도 의대 정원은 18년째 동결인 대한민국 의료계의 기이한 풍경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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