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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샘] 치매를 극복하는 ‘기억 공동체’의 사명

입력 : 2023-07-12 19:29/수정 : 2023-07-12 19:30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인공초지능’의 시대, 인간은 정작 ‘인간지능’의 한계를 드러내는 ‘치매’의 문제를 극복하기에 힘겨워 보인다. 기독교 공동체 내에서도 ‘치매’는 신앙생활에 큰 장애의 요소로 부각하고 있다. 노령화 인구가 늘어가는 여파로 교회 구성원의 3분의 1은 60대 이상 나이로 구성되어가고 있으며 그중 3분의 1은 ‘기억’과 ‘망각’의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매와 연관해 떠오르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뇌세포의 노화로 말미암아 초래되는 ‘신앙 기억’과 관계된다. 치매 현상이 일어나면 평생 하나님만 의지하며 살아왔던 종교성 전체에 장애가 일어난다. ‘성경 말씀’, ‘믿음’ 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기억’도 지워진다. 일상에서 기도하는 모습이나 예배에 대한 기억도 점차 희미해지며 그저 한 ‘자연인’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치매에 걸리면 버리신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기억에 장애가 생겼을 뿐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에는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어떤 사람이 손을 다쳐서 불편하게 생활할 경우, 맨눈으로 그 사람의 ‘장애’를 확인하고 그가 무거운 짐을 들 때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치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뇌세포와 연관해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접근 방법이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도 ‘뇌 기능’과 ‘의식’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중심의 ‘의식’적 사고와 행위를 기준으로 타인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런데 치매의 경우에는 ‘뇌 기능’ 작동의 관점에서 상대편을 이해하는 것이 최선이 될 것이다. 소위 깜빡 잊어버리는 단순한 단기 기억장애서부터 가족에 대한 기억마저 완전히 지워지는 장기 기억 상실은 ‘기능’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평생 하나님만 의지하며 살아왔던 개인의 ‘종교성’이 지워지는 치매도 이는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긴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구약 성경에서 이스라엘 공동체는 ‘기억의 공동체’였다. 성경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을 축복하신 하나님의 언약 위에 서 있는 ‘기억 공동체’를 강조한다.(출 3:15)

하나님의 약속 위에 서 있는 기독교 공동체는 우리는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잊지 아니하신다”라는 고백 위에 서 있다. 인지 기능이 미처 지어지지 못한 뱃속의 태아로부터 그 인지 기능이 상실되어 황혼기에 접어드는 인생의 전 과정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에 있는 신앙의 여정이다. 흙으로부터 와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전 3:20)

‘기억 공동체’의 과제는 ‘잊히는 기억’을 보존하는 일이다. 이는 단지 역사 복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 주변에 있는 신앙인들이 소중하게 여겼던 ‘신앙 기억’을 함께 기억하고 이를 후손에 전달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섬기며 함께했던 소중한 가족과 이웃들의 ‘기억’을 계속 ‘기억’하며 그 기억의 열매가 다시 씨가 돼 공동체를 풍성히 살찌우는 ‘기억 공동체’를 확장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기독교 기억 공동체의 과제는 ‘삼위일체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여 이 땅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주셨고 사흘 만에 부활하셨으며, 그리고 우리에게 영생을 주시기로 약속(요 3:16)하셨다는 ‘기억’을 지키는 일이다. 그 기억의 전달자가 바로 우리이다. 유한하며 깨지기 쉬운 질그릇 안에 담긴 보배(고후 4:7)를 우리가 가졌으니 기억의 기능이 저하된 이들의 신앙 기억과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일에 앞장서는 신앙공동체가 돼야 한다.

유경동 목사
감리교신학대 교수·기독교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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