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도착해 닷새간의 유럽 순방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순방의 성패는 11~12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대응 공조 등 현안에 대한 일치되고 진전된 합의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
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가입신청을 했지만 확전을 우려한 동맹국들이 꺼렸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가입 논의는 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관건은 2008년 부쿠레슈티 선언을 뛰어넘는 진전을 발표하느냐다. 당시 나토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회원국 지위를 얻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구체적 일정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동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가입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며 적극적이지만 미국과 독일은 나토를 전쟁에 끌어들일 수 있는 움직임으로 보고 경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쟁이 한창인 지금 회원국 편입에 대해 나토 내 만장일치 의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민주화와 일부 다른 이슈 등 충족해야 할 다른 필요조건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나토-우크라이나 위원회’ 설립 가능성이 제기된다. 위원회가 설립되면 우크라이나는 중요한 나토 회의에 동등한 지위를 갖고 참석할 기회를 얻게 돼 나토와 한층 밀착된다.
스웨덴의 가입 승인도 주요 안건 중 하나다. 스웨덴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와 함께 가입을 신청했다. 핀란드는 지난 4월 가입이 승인됐지만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반대로 가입이 미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통화하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튀르키예의 F-16 전투기 구매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관한 논의도 이뤄질 예정이다. 나토는 지난해 정상회의 성명에서 처음으로 중국을 ‘도전’으로 지목했다. 올해도 지난해 마드리드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AP4) 정상을 공식 초청했다. 나토는 이들 4개국과의 ‘국가별 파트너십 협력 프로그램(IPCP)’을 ‘국가별 적합 파트너십 계획(ITPP)’으로 격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나토의 아시아·태평양 확장 문제는 내부 반대가 많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나토가 대서양 횡단 조직으로 아시아에 관여해선 안 되며, 아시아에 대한 유럽의 이익이 미국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쟁으로 군사적 자원이 소모된 상황에서 중국 억제로까지 역할을 확대하는 데 주저하는 분위기가 회원국 사이에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