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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우크라이나 전쟁의 잔인한 무기들

전석운 논설위원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5월 화염에 휩싸인 도네츠크 동부 바흐무트 도심 상공의 모습을 공개했다. 드론이 촬영한 이 영상에는 밝게 빛나는 섬광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면서 도심을 무차별적으로 태우고 있었다. 러시아가 쏜 백린탄이었다. 백린탄은 한 번 불이 붙으면 꺼지지 않고, 연기를 흡입하는 것만으로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무기다. 인체에 닿으면 피부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피하 지방까지 녹이면서 눌어붙는다. 잔인한 살상력 때문에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지난 3월에는 도네츠크 부흘레다르의 밤하늘을 대낮처럼 환하게 만든 발광체들이 민가에 쏟아져 내렸다. 소이탄이었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의 밀림 초토화 작전에 사용되면서 악명을 떨친 소이탄은 섭씨 3000도 이상의 고열과 화염을 유발하면서 피폭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긴다. 유엔은 1994년 소이탄의 사용을 금지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정유공장 폭격 때 사용한 진공폭탄도 가공할 살상력 때문에 인권 단체들의 비난을 샀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꺼내든 집속탄도 논란이다. 한 개의 폭탄 안에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가는 집속탄은 유난히 불발되는 자탄들이 많다. 호기심에 건드렸다가 희생되는 어린이들이 많아 이를 금지하는 국제협약이 2010년 발효됐다. 영국 독일 등 동맹국들은 미국의 집속탄 지원에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콜린 칼 미 국방부 차관은 “러시아가 사용하는 집속탄의 불발률은 30~40%지만 미국이 지원하는 집속탄의 불발률은 2.35%미만”이라고 주장했다. 불발률이 낮으면 덜 잔인한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어린이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잔인한 무기들이 진영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유엔이 파악한 민간인 사상자는 지난 5월까지 2만3606명에 달했고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난민은 800만명이 넘었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깃드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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