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사설] 양평고속도로, 합리적 대안 찾아 다시 진행하라

무리한 정쟁화와 무책임한 중단
선언에 네 탓 공방… 주민·전문가
참여한 기구 만들어 노선 확정해야

전진선 양평군수와 국민의힘 소속 경기도의원·군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방문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관련 양평군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점점 더 깊은 정쟁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이 괴담 유포와 선동을 사과하기 전에는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며 역공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대형 국책사업 이권 개입에 이은 국무위원의 직권남용”이라며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지 사흘 만에 여야가 사활을 건 백병전에 뛰어든 것이다. 1조7000억원이 넘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려면 상황 변화에 따른 합리적 조정이 절실한데, 정작 이를 이뤄야 할 국회에서는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결기만 가득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17년 국토부의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2008년부터 시도됐지만 경제성이 없어 반려되다가 6번 국도가 상습 정체에 시달리면서 대안으로 급속히 떠올랐다. 그런데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안과 지난달 국토부가 공개한 변경안이 달라 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카르텔’이라고 공세를 폈다. 고속도로 종착점이 바뀌었는데 마침 그곳에 영부인 일가의 땅이 있었다는 설명에는 의혹을 제기할 만했다. 하지만 김 여사와 관련된 일이라면 가짜뉴스라도 끌어들여 대형 게이트로 키우려는 과거 행태가 문제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내로남불이라고 역공을 폈고, 정부는 “억울하다”며 백지화를 선언했다. 그런데 그게 또 문제였다. 원 장관의 “날파리 선동” “필요하면 다음 정부에서”라는 발언은 지나쳤다. 지역 발전을 기원하는 주민과 교통 체증을 호소하는 이용자는 안중에 없는 무책임한 대응이었다.

총선을 9개월 남겨둔 여야가 갑자기 공세를 멈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치인의 비리나 거친 언행에서 비롯된 정쟁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오랜 기간 주민들의 요구가 있었고, 국토부 도로 계획과 기획재정부 예타를 거치며 수많은 전문가가 검토를 거듭한 사안이다. 지금까지 예타를 통과한 고속도로의 절반 이상이 출발·종착점이 바뀌었다. 늘 반대가 있었지만 주민 의견, 기술적 가능성, 경제성 등을 고려해 대안이 마련됐다. 이번도 다를 게 없다. 정부는 감정적 대응 대신 변경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의사결정은 없었는지 엄정하게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백지화했다고 이미 나온 의혹까지 해소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동시에 고속도로 건설은 차질없이 다시 진행돼야 한다. 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 기구를 통해 노선을 확정해 정치적 논란을 극복해야 한다. 근거 없이 던지는 의혹 제기나 무책임한 정치적 공방은 선거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나라 경제와 지역 주민의 삶에는 해악일 뿐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