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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AI 딥페이크

고세욱 논설위원


1994년 개봉된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 톰 행크스는 역사 속 인물들과 함께 자주 등장한다.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비롯해 가수 존 레논과도 대화를 나눈다. 당시 많은 이들이 영화의 그래픽 기법에 감탄했다. 20년 후인 2014년 영화 ‘분노의 질주 7’ 편에서 주인공 폴 워커는 정작 개봉 1년 전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하지만 영화 내내 워커의 활약상은 멈추지 않았다. 제작진이 대역에다 워커의 얼굴을 복원해 나머지 촬영을 마쳤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워커가 실제 인물인지 가상 인물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딥페이크’의 초기 기술을 구현한 작품들인데 20년 새 발전상은 놀라울 정도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의 학습 ‘딥러닝’과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를 조합한 용어로 AI를 통해 사람의 이미지를 합성한 것을 말한다. 영화에서 개가를 올린 AI 딥페이크는 그러나 현재 부정적 이미지가 더 강하다. 실제 딥페이크는 2017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영화 ‘원더우먼’의 배우 갤 가돗의 얼굴을 포르노 배우에 합성한 편집물을 올린 네티즌의 아이디(딥페이크)에서 유래됐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시중에 유통된 AI 딥페이크 활용 영상의 96%가 음란물이었다. 딥페이크발 가짜뉴스는 지금 전 세계의 고민거리다.

혁신 기술이 악의 이미지로 굳어진 데 대한 반발 때문일까. 순기능의 딥페이크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김성재, 김광석, 박윤배 등 세상을 떠난 유명 가수, 배우들을 무대나 세트장에 등장시켜 팬들을 뭉클하게 하는 시도가 이어진다. 국방부가 16년 전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 고 박인철 소령을 AI 딥페이크로 부활시켜 지난 5일 어머니와 만나게 했다. 박 소령은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 저는 원하던 일(조종사)을 하다 와 여한이 없어요.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꿈에서라도 아들을 보고 싶다는 엄마의 소원이 이뤄졌다. 휴머니즘 가득한 AI 딥페이크가 계속 나온다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도 좀 더 따스해질 것 같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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