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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동상으로 되살아난 백선엽 장군

라동철 논설위원


고(故) 백선엽(1920~2020) 장군은 6·25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영웅이다. 1950년 8월 육군 제1사단장으로 경북 칠곡 일대 다부동 전투에서 미군 2개 연대와 합동작전을 펼쳐 대승을 거뒀다. 전쟁 발발 후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 온 북한군은 50여일간 이어진 이 전투에서 2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며 대패해 기세가 꺾였고 한국군은 수세에서 벗어나 공세로 전환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제1사단은 평양 점령, 서울 재탈환 등 전쟁의 주요 고비에 주역을 맡아 많은 전공을 세웠다. 백 장군은 52년 7월 육군참모총장에 올라 10개 예비사단을 창설하고 군 훈련체계를 개혁하는 등 군 현대화의 초석을 놓기도 했다. 53년 1월에는 대장으로 진급, 대한민국 군인으로는 처음으로 4성 장군이 되는 기록도 세웠다. 연합참모회의 의장을 끝으로 1960년 예편한 그는 국군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백 장군에겐 친일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일제가 세운 만주국의 소위로 임관했고 항일 단체와 독립군을 소탕하기 위해 창설된 간도특설대에 43년 12월 배치돼 해방이 될 때까지 근무한 이력이 문제였다. 백 장군은 당시 행적으로 인해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2년여 전 별세한 그는 육군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 안장됐는데 당시 예우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진 이유였다.

윤석열정부 들어 백 장군은 다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그를 기리기 위한 기념재단이 각계 유력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출범했다. 5일에는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제막식에 이어 열린 3주기 추모식에서 참석자들은 앞다퉈 백 장군에 대한 칭송을 쏟아냈다. 친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을 구한 호국의 별”(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조국을 구한 최고의 전쟁영웅”(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이라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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