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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보호출산제 도입이 시급한 이유

김미애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든 임신과 출산은 축복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미혼, 혼외자, 불법 체류 등으로 인한 어떤 임신은 확인한 순간부터 여성 홀로 불안해지고 점점 더 숨게 된다. 보호출산제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의 임신 여성을 국가와 법의 보호체계로 들어오게 해 위기임신 여성과 아기에게 안전한 출산과 양육 환경을 보장해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우선 불안정한 상태의 산모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면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평화로운 상태에서 자기결정으로 선택한 직접 양육을 돕는다. 그리고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사회복지시설에 입소해 아기와 함께 자립할 때까지 생활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직접 양육이 도저히 불가능한 경우에 출생신고를 통한 입양을 돕고, 그것도 안 될 경우 보호출산 절차를 밟게 된다. 이후 여성은 비밀을 보호받고 아기는 국가가 보호한다. 출산 후라도 직접 양육을 원한다면 보호출산을 철회할 수도 있다.

이미 2014년 신뢰출산제를 도입한 독일은 직접 양육 24%, 출생신고에 의한 입양 13.7%, 신뢰출산이 21.8%이고,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의 최근 3년 통계도 원가정 직접 양육 22%, 출생신고에 의한 입양 13%로 비슷한 추세임을 볼 때, 보호출산제는 충분히 산모와 아동을 보호하는 순기능을 하고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따라서 보호출산제가 아동 유기를 조장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름을 알 수 있다.

아동의 알권리 보호를 위해 생모 및 생부에 관한 인적사항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를 아동권리보장원이 밀봉해 영구 보관하고, 아동에게는 정보공개청구권이 인정된다. 법정대리인 및 생모의 동의를 전제로 미성년자라도 열람 청구가 가능하도록 해 부모에 대한 알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자 했다. 다만 절대적 알권리 주장은 보호출산제를 도입하지 말자는 것과 같은 뜻으로 억지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출생통보제, 즉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출생 사실을 알리면 심평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제도가 단독으로 시행된다면 임신 갈등을 겪는 위기임신 여성은 더 깊은 곳으로 숨고 은폐할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병원 밖 나홀로 출산 위험이 더 늘어날 것이다. 이 점을 우려해 법사위에서도 출생통보제 시행일을 공포 후 1년 뒤로 늦추면서, 그 이전까지 보호출산법이 통과돼 두 제도가 함께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공문을 복지위로 발송하기까지 한 것이다.

두 제도의 병행 도입은 전 정부는 물론 현 정부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게다가 최근 국민 여론도 77.2%가 보호출산제 도입을 찬성한다. 출생통보제만 시행될 경우 2012년 8월 ‘산모의 출생신고가 입양요건’으로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후 베이비박스 아동이 3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난 전례에서 보듯이 병원 밖 출산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럴 때 여성은 생명을 지키는 길이 아닌 범죄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왜 이 모든 부담과 책임이 남녀 공동이 아닌 오롯이 여성의 몫이어야 하나. 그 여성을 비난할 수 있겠지만, 절망감으로 궁지에 몰린 여성과 아기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은 2020년 12월에 발의해 2년7개월 동안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이제 출생통보제가 도입됐고 입양체계도 보완됐으므로 더 이상 반대할 명분이 없다.

보호출산제는 위기임신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및 아기의 생명권과 알권리를 조화롭게 보호하는 것이다. 생명의 가치가 다르지 않다. 아무도 알아주지도 울어주지도 않았던,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가장 약한 아기들의 숨넘어가는 절규에 이제 국회가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보호출산 입법으로 응답해야 한다.

김미애 국민의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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