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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文정부를 반국가 세력이라고 하면 여야 협력 되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해 행한 축사에서 전임 정부를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실은 전임 정부나 특정 세력을 지칭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발언의 전후 맥락으로 볼 때 종전선언을 추진하며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했던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보수 우익을 대표하는 단체 행사라는 점을 감안해도 발언의 정도가 지나쳤다. 대통령이 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현 정부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것까지야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지만 ‘반국가 세력’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차원이 완전히 다른 얘기다. 대통령의 첫번째 책무는 국민 통합이다. 이런 발언으로 야당을 자극하고 정치적 논란을 부르는 것은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또 “조직적으로 지속적으로 허위 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고 했다. “돈과 출세 때문에 이들과 한편이 되어 반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고도 했다. 이 발언 자체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야당을 겨냥한 것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요즘 우리 정치는 여야가 진영 논리에 빠져 상식에 기반한 정치가 실종되다시피 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국정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국정에 무한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앞장서 여야 협력의 물꼬를 터야 할 판인데 상황이 더 악화될 것 같아 걱정이다.

정권마다 지향하는 국정 목표와 과제가 다른 건 당연하다. 특히 대북 정책은 보수·진보 정권 간에 입장이 비교적 확연히 갈리고 국제 여건에 크게 좌우되는 분야다. 집권 세력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고 국민이 선거를 통해 심판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의 작동 원리다. 여야가 상대를 대화와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야당에 대한 대통령의 거친 공격은 야권의 반발을 부르기 마련이고 결국 국정 운영에도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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