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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타이탄’의 비극

한승주 논설위원


항공우주 엔지니어 스톡턴 러시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난파선을 탐험하는 잠수정 여행을 계획한 건 2019년이다. 침몰한 호화 여객선 타이태닉호를 실제로 보는 건 인생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라고 광고했다. 그는 소규모 인원이 탈 수 있는 잠수정 ‘타이탄’을 개발했고, 모험심 가득한 다른 4명과 함께 지난 16일 타이탄의 세 번째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탄소섬유와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6.7m 길이의 잠수정에 목숨을 맡기는 건 위험했다. 충분한 안전 검증 없이 개발해 운용한 탓에 전문가들은 수차례 무모함을 경고했다. 그러나 타이탄 운영사의 최고경영자 러시는 “안전을 위한다면 침대에서 일어나지 말고, 차에 타지 말고,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축했다.

‘죽을 수도 있다’는 서약서에 서명하고 1인당 25만 달러(약 3억2500만원)의 거금을 내고 심해로 들어간 4명은 극한 체험을 즐겨온 이들이다. 억만장자 해미쉬 하딩은 지난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민간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을 통해 우주여행도 다녀왔다. 폴 앙리 나졸레는 타이태닉 잔해가 있는 북대서양 바다를 35차례 이상 잠수한 전문가다. 파키스탄계 재벌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19살 아들 술레만은 남극과 오지 여행을 즐겼다. 그러나 이들 누구도 타이탄 승선이 마지막 모험이 될지는 몰랐을 것이다.

타이태닉호는 1912년 영국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중 빙하에 부딪혀 침몰했다. 승객 1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계획대로면 8시간 후 다시 물 위로 떠올랐어야 했던 타이탄은 출발 1시간45분 만에 지상과 교신이 끊겼다. 출항 몇 시간 후 일어난 폭발 사고로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 ‘타이타닉’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타이태닉호 선장은 배 앞의 얼음에 대해 반복적으로 경고를 받았지만 달빛이 없는 밤에 빙원을 향해 전속력을 냈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 타이탄도 숱한 경고를 무시했다. 타이태닉을 집어삼킨 그곳에서 타이탄은 폭발했다. 지극히 비현실적인, 비극적인 일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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