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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호존중의 한·중 관계 위해 당당한 외교 펴나갈 때

국민일보DB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중국 대사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우리 국민이 아주 불쾌해하고 있다. 상호존중과 우호증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이 선을 넘었음을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중국의 적절한 조치를 기다리는 상황”이라 했는데, 중국 외교부는 싱 대사를 재차 두둔하며 사실상 ‘조치’를 거부했다. 싱 대사의 노골적 협박에서 촉발된 한·중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난 며칠간 벌어진 일련의 상황은 중국이 과연 정상적 외교 행위를 할 만한 제대로 된 나라인지 의심케 했다.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대사가 “미국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한다”며 한국 정부를 대놓고 협박하더니, 중국 외교부는 “대사의 직무를 했다”면서 그를 감쌌고, 도리어 우리 대사를 불러 “깊이 반성하라”는 황당한 말을 꺼냈다. 정상 국가의 외교관이라면 상상도 못할 이런 언행은 중국식 외교의 수준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외교는 상호존중을 전제로 성립하는 것이다. 상대국을 이해하고 존중하기는커녕 윽박지르고 물어뜯는 방식을 저들은 ‘늑대 외교’라 부른다는데, 늑대를 곁에 두고 가까이 하려는 나라가 있겠는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해 ‘외로운 늑대’로 전락할 몰상식한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급기야 관영매체 환구시보까지 나서서 한국 정부의 외교 노선을 “도박꾼 심리”라고 모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협량한 한국의 미숙한 외교”를 운운한 이 매체의 사설과 한없이 고압적인 중국 당국의 태도는 일맥상통하는데, 그 기저에는 한국을 속국처럼 여기는 발상이 깔려 있다. 시대착오적 인식 위에선 정상적인 외교 관계가 이뤄질 수 없다. 저들이 생각을 바꾸게 해야 한다. 무역과 안보에서 차지하는 비중 탓에 리스크를 관리하느라 중국에 저자세였던 과거의 관행에서 이제 탈피할 때가 됐다. 당당한 외교를 통해 상호존중과 호혜관계를 복원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중국의 ‘보복’에 취약했던 경제 및 안보 구조를 지속적으로 재편해가야 할 것이다.

싱 대사는 시진핑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했다가 정치적 궁지에 몰리자 충성심을 과시하려 문제의 발언을 꺼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외교관이 개인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외교 갈등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여당에선 그를 외교상 기피인물로 지정하라는 여론이 확산하는 중이다. 부적절한 언행이 계속된다면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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