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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업 스파이’ 전락한 前 삼성전자 임원… 경각심 가져야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 박진성 부장검사가 12일 국가 핵심기술인 삼성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 유출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전자 피해액이 최소 3000억원, 최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뉴시스

삼성전자 상무와 SK하이닉스 부사장을 각각 역임한 반도체 전문가 A씨가 국가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사실이 적발돼 어제 수원지검에서 구속기소됐다. A씨는 삼성전자에서 18년 동안 재직하면서 ‘삼성그룹 기술대상’을 세 차례 받았고, SK하이닉스로 옮긴 뒤에는 ‘웨이퍼 월간 생산량 세계 최고’ ‘D램과 낸드플래시 세계 최저 제조 원가’ 등을 차례로 달성하면서 ‘제조 공정의 달인’으로 불렸다. 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세계 2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까지 받았다. 그런 인물이 중국의 산업스파이로 전락했다니 충격이다. 반도체 기술과 산업은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치열한 핵심 분야일 뿐 아니라 한국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16.5%)을 차지하고 있다. 첨단 기술과 핵심 인재들의 유출 방지를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A씨는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중국에 합작회사를 설립한 뒤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이자 국가 핵심 기술인 반도체공장 BED와 공정 배치도, 설계도면 등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반도체공장 BED는 반도체 제조 공간인 클린룸의 불순물을 차단하는 첨단기술이며, 공정 배치도는 핵심 8대 공정의 배치와 면적 등 정보가 기재된 도면이다. 30나노 이하 D램과 낸드플래시 제조에 적용되는 기술들이어서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돼 있다. 검찰은 기술 유출의 피해액을 최소 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A씨는 단순 기술 유출에 그치지 않고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1.5㎞ 거리에 삼성전자의 복제판 공장을 지으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첨단기술 연구개발 투자 수준에 비해 기술 유출 방지 노력은 매우 미흡하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응한 전문가 중 84.6%는 ‘한국의 첨단기술 방지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고 응답했다. 경각심이 부족하거나 처벌이 약하고, 피해 정보 공유를 기피하거나 인력 관리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게 원인으로 지적됐다. 첨단기술 유출자들은 엄벌에 처하고, 기술과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다각도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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