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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에서 5살 아이 응급실 헤매다 사망, 이게 말이 되는가

사진=뉴시스

어린이날 연휴였던 지난 6일 밤 엄마 품에 안긴 5살 아이는 구급차에서 응급실 ‘뺑뺑이’를 돌고 있었다. 갑자기 열이 오르고 숨이 가빠졌지만 가까운 대학병원에는 병상이 없었다. 4곳에서 진료 퇴짜를 받은 후에야 ‘입원은 안 되고 진료만 가능하다’는 5번째 병원에 갈 수 있었다. 급성 폐쇄성 후두염 진단을 받고 치료받은 뒤 다음 날 새벽 귀가했으나 아이는 숨쉬기 힘들었다. 응급실에선 입원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는 동안 아이는 쓰러졌고, 응급실 도착 40여분 만에 사망했다. 두메산골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의료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서울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고열로 응급실에 뛰어가는 일이 한두 번은 생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응급 처치를 제대로 못해 아이가 숨질 수도 있는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소아응급체계 구축도 못한 나라에서 과연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할 수 있는 걸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소아과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전반기 전국 62개 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는 33명뿐이다. 모집인원 191명에 턱없이 못 미친다. 이마저도 내년엔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개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마저도 진료과목을 바꾸고 있다. 출생률 저하로 인한 수입 감소와 낮은 기본수가가 소아과 폐업의 이유다. 중환자 진료에 따른 의료 소송과 의료진에 대한 책임 전가가 심한 것도 소아청소년과 기피 원인이다.

장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단기적으론 전공의가 몰리는 인기과의 의료 수가를 동결하고 대신 비인기과의 수가를 올리는식으로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당장 소아청소년과로 의사들을 유인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는 대학병원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도 방법이다. 지난 3월 대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왜 거듭 발생했는지 정부는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 다시는 어린 생명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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