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 법안이 의사와 간호사 등 직역 간 갈등을 키우고, 간호 업무의 탈의료기관화가 국민 건강에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는 이유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간호법 제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갔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20일 만이다. 여야 의석 수를 고려하면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기존 입장만 고수하지 말고 시대적 흐름에 맞는 간호와 돌봄 등 원래 취지를 살린 수정안을 도출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 “고령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의료·요양·돌봄 시스템을 만들고, 간호사 처우 개선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여러 직역이 전문성을 기반으로 조화롭게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합리적인 협업 체계도 만들겠다고 했는데 서두를 일이다. 무엇보다 현장 의료인을 설득시켜야 한다. 간호법 논란의 핵심은 간호사의 활동 범위에 ‘지역사회’를 포함하는 내용이다. 의사들은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사가 단독으로 개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대한다. 이런 주장에 간호조무사 치과의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보건의료단체 13곳이 연대했다. 하지만 지역사회 간호 규정은 ‘간호법이 다른 법(의료법)에 우선한다’는 규정이 삭제되면서 파급력을 잃었다. 법안 자체만으로 볼 때 찬성하는 쪽이 얻을 이익도, 반대하는 쪽이 우려할 손해도 적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럼에도 자존심을 건 명분 없는 싸움에 의료계는 두 쪽으로 쪼개졌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함께 버텨온 의료계의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의료 대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권은 의료계 이해 충돌을 해소할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수정안 마련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지역사회 의료기관 문구 삭제, 간호조무사 고졸 학력 제한 폐지 등을 요구한 절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원안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립적인 위원회를 설치해 간호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새겨들을 만하다.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의료인 간 업무 범위를 명쾌하게 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각 직역 간 중복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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