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재승인 심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020년 심사 당시 TV조선이 재승인 기준점수인 650점을 넘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미치겠네”라며 당혹스러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국민일보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2020년 3월 20일 오전 7시쯤 방송정책국장 양모(59·구속 기소)씨로부터 TV조선 점수가 재승인 기준인 총점 650점을 넘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서 “미치겠네, 그래서요?”라고 말하며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 등의 곤혹감을 드러냈다.
검찰은 이런 발언을 통해 한 위원장이 점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양씨가 친분이 있던 심사위원 A씨를 통해 점수를 수정하기로 하고 방송지원정책과장 차모(53·구속 기소)씨와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는 게 검찰이 보는 범행 구조다.
한 위원장은 “미치겠네” 발언 약 3시간 뒤인 오전 10시8분쯤 일부 심사위원의 평가점수가 사후 수정돼 TV조선의 중점심사사항 총점이 애초 105.95점에서 과락에 해당하는 104.15점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다시 보고받았다. TV조선은 당시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총점 653.39 점으로 기준점수인 650점을 넘겼다. 하지만 중점심사사항(210점 만점)에서 기준점인 50%에 미달하는 104.15점을 받는 바람에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점수조작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결론 냈다. 한 위원장이 점수가 바뀐 걸 알고 있었고, 해당 결과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다만 한 위원장이 점수를 고치라고 직접 지시한 정황은 특정하지 못했다.
검찰은 또 한 위원장이 ‘점수 수정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잘 관리하라’는 취지로 은폐를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백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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