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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조국 출마설

고세욱 논설위원


앤드루 쿠오모 전 미국 뉴욕주지사는 명문가 집안에다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뉴욕주 법무장관, 뉴욕주지사 3선의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민주당 정치인이다. 동성결혼·낙태 허용,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장해 민주당 내에서도 좌파에 가까웠다.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기도 한 그는 2021년 잇단 성추문으로 사실상 정치 인생을 마감했다. 여성 평등법, 직장 내 차별금지법을 제정했던 그의 일탈에 많은 이들은 진보의 위선을 떠올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주지사 사임 회견 당일 ‘오만과 위선으로 대변되는 쿠오모의 몰락’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쿠오모 스캔들이 대선 직후에 발생해 민주당원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쿠오모류를 흔히 캐비어 좌파라 부른다. 부유한 진보주의자 정도의 의미로 우리로 치면 ‘강남 좌파’다. 강남 좌파의 대표격이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잘생긴 외모에 서울대 법대 교수라는 타이틀, 강남 부자의 좌파 행보가 젊은이들에게 어필했다. 한때 더불어민주당의 잠룡군으로도 거론됐다. 하지만 2019년 진보의 위선과 내로남불을 응축한 일명 ‘조국 사태’로 장관직을 사퇴했고 올초 1심 재판에서 자녀 입시비리 관련 혐의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정치 여정은 끝났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하게 생겼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책사로 불린 신평 변호사가 ‘영웅의 귀환’ 운운하며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를 예견할 때만해도 냉소가 가득했는데 반 년 새 분위기가 바뀌었다. 민주당이 최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를 부적격자 기준에서 삭제하는 공천 규칙을 확정하자 조국 출마설이 대두됐다. 나아가 조국 부녀 출마설까지 나오는 판이다. 본인도 북콘서트에서 출마 요구에 별 말을 하지 않자 분위기는 증폭됐다. 진보의 가치를 훼손해 윤 대통령 당선의 원인 제공을 한 조 전 장관이 정부의 실정에 기사회생하는 모양새다. 정말 정치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생물인 듯하다. 쿠오모 전 주지사가 한국발 소식에 헛된 기대를 품을까 봐 걱정이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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