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국책은행에서 부행장까지 지낸 뒤 지난해 계열사에서 퇴임한 전직 임원 B씨가 “좋은 아이템이 있으니 투자하라”거나 “급히 쓸 데가 있으니 잠시만 빌려달라”며 그룹사 임직원을 포함한 주변인에게 마구잡이로 돈을 끌어 쓰다 갚지 못해 쇠고랑을 찬 것으로 전해졌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B씨는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 위반으로 구속 수감됐다. 특경가법은 사기나 공갈, 횡령, 배임죄를 저지르거나 금융사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을 받았을 때 벌하는 법이다.
B씨는 A국책은행 계열사에서 퇴직하기 직전까지도 돈을 빌린 주변인과 금전 문제로 마찰을 빚었다는 전언이다. 현재 A국책은행과 계열사 내부에는 B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해 피해를 본 사람이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A국책은행 임원은 “동료와 얘기를 나누다 ‘너도 빌려줬냐, 나도 줬다’며 B씨에게 돈을 뜯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면서 “A국책은행과 계열사 내부가 발칵 뒤집혔었다”고 말했다.
A국책은행 내부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명문대를 졸업한 뒤 이른 나이에 A국책은행에 들어와 지점장과 본점 부장, 지역본부장, 부행장까지 지내며 적지 않은 급여를 받았던 B씨가 갚지도 못할 만큼 큰돈을 빌려 어디에 썼느냐는 의문이다. 다른 A국책은행 임원은 “B씨는 A국책은행 재직 시절 성실히 일했고 특별한 잡음도 낸 바 없어 평판이 좋았다”면서 “내부에서는 ‘B씨가 도박에 빠진 것 아니냐’ ‘사기를 당한 것 같다’ 등 별별 소문이 다 돈다”고 말했다. B씨가 끌어모은 돈의 용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B씨는 A국책은행 전현직 고위 임원과도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B씨는 외부 인사뿐 아니라 A국책은행 본점에서 근무했던 임원 등 내부 인사와도 친분을 폭넓게 쌓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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