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리면서 한국(3.5%)과의 기준금리 차가 역대 최대인 1.75% 포인트로 벌어졌다. 국내 자본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기준금리 동결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한 데다 1년 반 넘게 지속된 금리 인상기에 누적된 금융불안 리스크를 우선 고려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미 기준금리 차가 커지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수입 물가를 높일 수 있으며 국내 증시도 위축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4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1320~1330원 수준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과 이에 따른 국내 투자금 유출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25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는 데 무게를 싣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진 게 기준금리 동결의 명분이 될 수 있다. 특히 1~2월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내는 등 경기 둔화 상황은 금리 동결론을 뒷받침한다. 게다가 1년 반 넘게 금리 인상기가 이어지면서 저축은행 등에서 유동성 리스크가 돌출할 가능성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한은은 시장 일각에서 제기하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론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아직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를 1% 포인트 넘게 웃도는 만큼 금리 인하론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역대 최대폭인 한·미 기준금리 차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경우 0.25% 포인트 인상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미국의 잇따른 은행 붕괴 사태 여파로 연준이 한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과 함께 시장 교란 행위와 쏠림현상 등에 대한 변동성 확대 우려가 상존한다”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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