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보스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설 후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및 학생들과의 대담에서 여러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핵심으로 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 “(한·미가) 일대일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다자화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확장억제라는 개념이 하나의 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특정 국가와의 문서로 정리된 첫 번째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또 워싱턴 선언과 관련해 “북한의 핵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이 지금 눈앞에 와 있다”며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한 상호방위조약에서 이제 핵이 포함된 한·미 상호방위 개념으로 업그레이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선언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선 “오히려 북한의 핵보유를 부정하고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라고 반박하며 “북한이 핵을 사용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분명히 인식시킴으로써 핵사용을 저지하는 것이 북핵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나이 교수가 ‘워싱턴 선언에 따라 한·중 관계는 악화될 것인가’라고 묻자 윤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 늘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양국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에 공격무기 제공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케네디스쿨 학생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전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전황에 따라 국제사회와 함께 국제규범과 국제법이 지켜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거기에는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해 대한민국의 독자적 정책이란 것은 없다”면서 “우리의 지원 정책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함께 논의하고 조정해가면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관해선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선 벗어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영국과 인도, 프랑스와 베트남 등의 관계를 들며 “과거사를 극복하지 못해서 현안과 미래에 대한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한·일 간 미래의 협력이 과거사와 관련된 국민 간 감정적인 문제, 인식의 문제를 많이 고쳐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소프트파워’(문화·예술 등의 영향력) 개념을 창안한 나이 교수가 한국의 소프트파워 강화 방안에 대해 묻자 윤 대통령은 “전 세계 마켓을 단일 마켓으로 만들 수 있게 개별 국가에서 규제를 먼저 풀어가는 쪽이 소프트파워를 키울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나이 교수는 “케네디스쿨 재학생이라면 A학점이 바로 수여될 정도로 훌륭한 답변”이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박준상 문동성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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