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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미 성과 자화자찬·흠집내기 대신 리스크 관리 힘 모을 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0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한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박7일의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30일 귀국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성과가 적지 않았다.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이 안보와 경제 중심에서 첨단기술, 경제안보, 사이버안보 동맹으로 협력의 범위가 확대된 것은 긍정적이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도출해 한·미 상호방위 개념을 확장했다. 핵협의그룹(NCG) 신설과 미 전략자산 전개 확대를 통해 한국형 확장억제 방안을 마련한 것은 의미가 크다. 넷플릭스, 코닝 등 미국 기업들로부터 모두 59억 달러(7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바이오·배터리·반도체·양자 등 첨단 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한 조치들도 눈에 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5차례 만나 우의를 다지고,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것 등도 정상외교의 성과다.

일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있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반도체과학법(칩스법)에 따른 한국 기업의 불이익 우려를 해소할 구체적인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큰 방향은 합의됐다고 하지만, 추가적인 협상이 필요해 보인다. 한·미동맹 업그레이드가 한반도에 불러올 후폭풍 관리도 숙제로 남았다. 윤 대통령의 대만해협 안정 유지 발언은 중국의 반발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발언은 러시아의 반발을 불렀다. 자유에 기반한 가치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엄혹한 국제관계에서 중·러의 반발을 관리해야 한다는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 북한은 워싱턴 선언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권 종말’ 발언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결정적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이라며 도발을 예고했다.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가 간 회담이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할 수는 없다. 방미 결과에 대한 지나친 미화도 경계해야 하고, 묻지마식 비난도 자제돼야 한다. 대통령실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국민이 미국과의 핵 공유 효과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자평했지만, 곧바로 미국 측이 “핵 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방미 성과를 강조하려다 체면을 구긴 셈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등장하는 방미 성과 칭찬 릴레이도 민망한 대목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대신 “글로벌 호갱 외교” “대국민 사기극” 등의 극언만 퍼부었다. 여야 모두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객관적으로 짚어보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야당 지도부를 만나 해외 순방 성과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 적이 없다. 이번에는 달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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