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기업의 임원 가운데 절반가량은 석·박사 학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 28만명의 임직원 중 임원이라는 ‘별’을 거머쥔 비율은 0.8%에 불과했다. 임원의 출신 대학은 10명 중 4명꼴로 해외 대학이거나 이른바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였다. 또 ‘유리천장’이 확인됐다. 여성 임원 비율은 6.25%에 그쳤다.
국민일보가 26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9개 기업(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삼성SDI, 현대자동차, 기아, 포스코홀딩스, 네이버)의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임원은 모두 2272명으로 집계됐다. 9개 기업의 전체 직원 수(27만9494명)를 고려하면 임원 비율은 0.81%에 불과하다. 입사 동기가 100명이라면 겨우 1명이 임원 자리에 오르는 셈이다. 임원에는 미등기 임원을 포함하고, 사외이사는 제외했다. 9개 기업 가운데 사업보고서에 임원의 최종학력만 기재한 곳이 많아 어느 학부를 나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SK하이닉스는 사업보고서에 임원의 최종학력을 기재하지 않아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임원 중 석·박사는 1217명으로 53.56%의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학사 이상 학위를 지닌 임원 가운데 599명(26.36%)은 해외 대학을 졸업했다.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의 미국 대학이 대부분이지만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서 대학 과정을 마치기도 했다.
국내 대학만 보면 ‘SKY’ 강세가 여전하다. 다만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SKY 출신 임원은 546명(24.03%)이었다. 서울대가 269명(11.84%)으로 가장 많았고, 카이스트가 148명(6.51%)으로 뒤를 이었다. 3위는 고려대(142명·6.25%), 4위는 연세대(135명·5.94%)였다. 여성이 임원을 다는 확률은 여전히 낮았다. 전체 임원 2272명 중 여성 임원은 142명(6.25%)에 불과했다.
기업별로 삼성전자의 임원은 1131명이다. 367명이 해외 대학을 나왔다. 대다수가 하버드대, 코넬대, 예일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 미국 대학을 나왔다. 일부는 영국 일본 중국 인도에서 대학을 다녔다. 이재용 회장의 경우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땄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임원 중 서울대 출신은 142명, 카이스트는 99명이었다. 이어 연세대 66명, 고려대 59명, 성균관대 57명, 한양대 49명 등이었다. 수료 포함 박사학위 소지자는 374명에 달하고, 석사는 435명이나 됐다. 여성 임원은 72명으로 집계됐다.
배터리 업계에선 카이스트가 주류를 형성한다. LG에너지솔루션 임원 99명 가운데 해외 대학 출신은 42명이었다. 국내 대학에선 카이스트(12명)가 서울대(11명)보다 많았다. 카이스트에선 주로 재료공학, 화학공학 등을 전공했다.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권영수 부회장은 서울대 경영학 학사를 마치고 카이스트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삼성SDI에서도 카이스트 출신 임원은 12명으로 서울대(11명)를 넘어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같은 현대차그룹에 속하지만 임원의 출신 대학 분포에서 차이를 보였다. 현대차에선 국내 대학 중 고려대 출신 임원이 5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대(47명) 부산대(38명) 연세대(31명) 성균관대(24명) 등 순이다. 기아에서는 연세대 출신 임원이 11명, 한양대가 10명이었다. 서울대는 5명이었다.
네이버는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졸업한 서울대(컴퓨터공학 학사)와 카이스트(전산학 석사) 출신이 강세를 보였다. 서울대 출신 임원이 25명, 카이스트가 10명이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각 11명이다. 최수연 대표이사를 포함해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도 3명이나 포진했다.
한편 임원들은 ‘억’ 소리 나는 연봉을 받는다. 9개 기업의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제외한 미등기 임원의 평균 연봉은 5억3566만원에 달했다. 포스코홀딩스가 7억4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삼성전자는 7억300만원, LG화학은 6억1700만원 등이었다. 기아가 3억8200만원으로 가장 적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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