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의 ‘시장 쟁탈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한·일 배터리 업체들이 나란히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되면서, 북미 지역의 전기차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 진출에 속도 경쟁이 붙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파나소닉은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세 번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 걸 검토 중이다. 현재 파나소닉은 미국 네바다주에서 테슬라와 함께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캔자스주에도 연간 생산량 3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오클라호마주 공장에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 안팎을 투자하는 걸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나소닉 측이 받게 될 보조금 규모는 7억 달러(약 9000억원)로 추산된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와의 협력 관계를 등에 업고 북미 지역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북미에서 판매된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파나소닉 점유율은 48%로 1위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18%), 중국 CATL(14%), SK온(10%), 삼성SDI(8%) 등이었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배터리 시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1위이지만, 북미로 좁히면 파나소닉이 테슬라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을 사실상 전담하면서 한국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특히 미국이 일본과 ‘핵심광물협정’을 맺으면서 한·일 기업들의 시장 주도권 다툼이 뜨겁다. 당초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의 기업에 보조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협정을 통해 FTA 미체결 국가인 일본에도 동일한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테슬라 차량에 파나소닉 배터리를 탑재해도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북미 시장을 둘러싼 완성차 업체들과 한·일 배터리 기업의 ‘합종연횡’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파나소닉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 BMW, 스텔란티스와 원통형 배터리 공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MW는 삼성SDI로부터 각형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북미 합작공장(JV)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성장성이 가장 큰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한국과 일본 배터리 기업의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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