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송민호, 모델 주우재, 배우 류준열. 이 세 사람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로 “고프코어룩을 즐겨 입는다”를 꼽을 수 있다. 최근 1~2년 사이 세기말(Y2K) 패션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아웃도어 복장을 일상에서도 입는 ‘고프코어룩’이 인기다. 엔데믹으로 야외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패셔니스타라 불리는 이들뿐 아니라 10~20대를 중심으로 고프코어룩에 열광하는 분위기다.
16일 패션·유통업계에 따르면 고프코어룩을 선보이는 브랜드들의 1분기 매출이 크게 늘고 중고거래 또한 급증했다. 고프코어룩은 야외활동을 할 때 가볍게 먹는 견과류를 뜻하는 ‘고프’(Gorp)와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놈코어’(Normcore)를 합친 신조어다. 아웃도어를 일상복으로 활용하는 패션 스타일을 뜻한다.
패션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서는 지난 1~3월 ‘고프코어’ 중고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고프코어룩을 가장 선호하는 연령대는 1020세대다. 최근 3개월간 ‘고프코어’ 검색량 비중은 10~20대가 71%로 가장 높았다. 반면 실용성에 방점을 찍은 ‘등산복’ 검색량은 40~50대가 63%로 가장 많았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아웃도어 패션에서도 10~20대는 ‘스타일’을, 40~50대는 기능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들 세대와 아빠 세대의 차이가 검색어로도 확연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번개장터에서는 캐나다 고프코어 브랜드 아크테릭스,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산산기어, 미스치프 등이 인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입으며 화제가 됐던 아크테릭스의 1분기 중고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9% 늘었다. 산산기어(146%), 살로몬(141%), 미스치프(103%) 등의 거래량은 배 이상 증가했다.
LF도 고프코어 브랜드를 수입·판매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LF에 따르면 미국 아웃도어 슈즈 브랜드 ‘킨’은 고프코어룩 열풍에 힘입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0% 증가했다. 1년 만에 3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2021년 2월 처음 국내에 들여온 이후 분기 최대매출이다.
품절 대란을 빚고 있는 상품도 있다. 앞코가 둥근 디자인에 과감하고 다채로운 컬러감을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등산화 ‘킨 재스퍼(사진)’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9배 이상 뛰었다. LF몰에서 지난 3개월간 ‘킨 재스퍼’ 키워드 검색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37배 늘었다.
유통업계도 고프코어룩 큐레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CJ온스타일 등은 최근 고프코어룩 관련 대규모 행사를 열거나 관련 방송 편성을 확대하면서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LF 관계자는 “기능성과 디자인을 모두 겸비한 고프코어 브랜드가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고 있다”며 “아웃도어 패션과 일상 패션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게 확인되면서 고프코어 트렌드가 단단하게 자리 잡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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