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 당시의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21년 5월 2일 열린 전당대회를 불과 4~5일 앞둔 시점에서 현역 의원 등에게 9400만원이 살포된 경위 등을 집중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뒷돈이 최소 세 갈래로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다. 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현금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로 이정근(구속 기소·사진)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에게 요청한 정황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당대표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 당선을 위해 선거 캠프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실탄’을 뿌린 것으로 의심한다. 민주당 의원 10명 이상이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윤 의원 등의 압수수색 영장에 윤 의원이 2021년 4월 24일 ‘국회의원들에게 돈을 뿌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에게 말한 뒤 돈봉투를 전달받은 정황을 기재했다. 윤 의원은 같은 달 28일쯤 민주당 의원 10명에게 1인당 300만원씩 든 돈봉투를 두 차례 전달(총 6000만원)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또 강 회장이 그 무렵 마련한 2000만원이 이 전 부총장을 통해 지역상황실장 20명에게 나눠진 것으로 본다. 같은 해 3~4월 지역본부장 10여명에게 14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성만 의원은 일부 금품 전달을 공모한 혐의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압수수색한 두 의원은 금품 공여에 가담한 쪽”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확보한 2021년 4월 24일자 이 전 부총장 녹음파일에는 강 회장이 “관석이 형이 ‘의원들을 좀 줘야 되는 거 아니냐’ 나한테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고민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돈이 최고 쉬운 건데”라고 말한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이 전 부총장은 사흘 뒤인 27일 여의도 중식당에서 강 회장에게서 받은 돈봉투 10개를 윤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송 전 대표는 돈이 전달되던 시기 홍영표 의원과 초접전을 벌였고, 전당대회 결과 0.59% 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틀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는 말도 나왔었다.
자금 살포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이 전 부총장과 강 회장은 각각 송 전 대표의 원외 ‘왼팔’ ‘오른팔’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부총장은 1997년 김대중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정치경력을 쌓았다. 강 회장 역시 정동영계 인사로 정치권에 오래 몸담으며 송 전 대표와 인연을 쌓았다고 한다. 송 전 대표는 당선 뒤 이 전 부총장을 사무부총장으로 임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당법에 따라) 당 경선과 관련해 금품을 받으면 처벌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돈봉투 수수자들에 대한 수사도 예고한 것으로 읽힌다. 프랑스 체류 중인 송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부총장 개인 일탈을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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