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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교회와 걷기

우성규 미션탐사부 차장


부활절이던 지난 9일 오후 1시 전남 순천중앙교회 앞마당. 부활절이면 핏빛 십자가 모양 꽃을 피우는 서양 산딸나무, 일명 도그우드 앞에 이 교회 성도 수백명이 모였다. ‘튀르키예를 위해 기도합니다’라고 쓰인 펼침막을 든 성도들은 교회의 안내에 따라 ‘건강한 교회, 함께 걷는 기쁨을 넘어 섬김으로’를 구호로 순천의 하천 옆 보행로를 따라 2시간을 걸었다.

세발자전거를 탄 어린이부터 나이 지긋한 성도들까지 손을 잡고 함께 걷는 길. 도심의 차량 흐름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교회는 일부러 하천변 보행로를 택했고 소음을 유발하는 장치도 동원하지 않았다. 부활한 주님을 묵상하며 그저 묵묵히 삼삼오오 모여 함께 걷는 행사였다. 순천 남문터 앞 광장과 옥천변 다리 밑, 대나무가 시원스레 뻗은 죽도봉 아래 정자와 동천변 보행교까지 한 바퀴를 돌았다. 맨 뒤에선 목회자와 청년들이 쓰레기를 담으며 따라왔고, 맨 앞엔 교회학교 아이들이 선생님 손을 잡고 달려갔다.

걷는 내내 기자와 동행한 이은성 담임목사는 “성도들께서 교회 공동체의 이름으로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걷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앙의 이름으로 함께 걸으며 순천을 향해, 또 대지진 고통 속 튀르키예를 향해 기도와 섬김을 다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순천중앙교회는 사순절 기간 성도들이 하루 한 끼 금식하며 모은 헌금 등으로 튀르키예 구호에 동참했다.

1907년 시작된 순천의 어머니 교회인 순천중앙교회는 이날 창립 117주년 기념예배를 같이 드렸다. 당회 서기 정인철 장로는 “평범한 걷기일 수 있지만 코로나 3년 만에 교인들이 하나 될 수 있어서 의미가 컸다”면서 “걷기 행사인 만큼 비용도 거의 들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걷기는 초대교회의 모습을 닮았다. 바울은 길 위의 사도였다. 유대교 극성분자로 바리새인 중의 바리새인이던 그는 교회와 성도들을 박해하는 데 앞장서다 신비한 빛을 체험하고 난 뒤에 전도자 바울로 거듭난다. 바울은 복음을 접하지 못한 세계인에게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세 차례에 걸친 전도 여행을 통해 튀르키예를 비롯한 소아시아 전역에 교회를 세운다. 성서학자들은 바울이 20여년간 1만㎞ 이상을 걸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걷기 속 인문학’(샘솟는기쁨)의 저자 황용필 서울 한양교회 협력목사는 하루 1만보 이상 걷기를 추천한다. 아침 식사 전 새벽기도 걷기로 1000보, 출근 때 대중교통 이용으로 2000보, 회사에선 계단을 이용해 1000보, 점심시간을 활용한 산책으로 3000보, 퇴근 이후 걷기 편한 길을 이용해 2000보, 저녁 식사 후 가족과 동네 한 바퀴 3000보 등을 실천한다. 매달 첫째 토요일은 ‘초토회’ 모임이다. 첫 토요일에 몸이 초토화될 때까지 20㎞ 이상 걷는다는 의미다. ‘별밤걷기’ 모임도 있다. 치안이 불안한 외국에서 특히 부러워하는 한국의 밤길 걷기, 별과 달을 보며 걷는 호사를 누린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2 국민생활체육조사를 보면 최근 1년간 한 번이라도 참여한 경험이 있는 체육활동으로는 걷기가 48.8%로 부동의 1위다. 이어 등산(23.5%) 체조(11.2%) 볼링(11.1%) 순이다. 황 목사는 전직 국민체육진흥공단 본부장 출신으로 성균관대에 출강하며 학생들에게 스포츠 국제관계론을 강의한다. 한양교회 성도들과도 매달 한 차례 주일 오후 청계천 걷기 모임을 진행한다. 김종명 한양교회 담임목사는 손수 제작한 걷기용 지팡이를 성도들에게 선물하곤 한다. 황 목사는 “솔비투르 암불란도(Solvitur Ambulando)는 걸으면 해결된다는 라틴어 경구”라며 “한국교회가 더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성규 미션탐사부 차장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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