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중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미국을 방문해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난다. 대만 총통이 미 본토에서 권력 서열 3위의 하원의장과 회동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매카시 하원의장 측은 “5일 로스앤젤레스(LA)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대만 총통과 초당적인 만남을 주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차이 총통과의 만남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차이 총통은 지난달 29일 중미 수교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 순방길에 올랐다. 가는 길에 뉴욕에 들러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만났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공화당 소속인 매카시 의장을 만나는 것이다.
차이 총통은 이날 벨리즈 국회에서 “일부 국가가 우리의 우의를 훼손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우리는 공공의 가치와 평화로운 미래 비전에 기초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미 국가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고 경제적 지원 등을 약속한 중국과 수교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과거 대만 총통과 마찬가지로 차이 총통도 미국을 6번 경유했으며 이는 드문 일이 아니다. 중국이 과잉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대만 총통부는 성명에서 “민주주의 국가와 교류하는 것은 2300만 대만인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 측이 차이잉원의 경유 방문과 매카시 의장과의 만남을 안배하는 데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며 “사태의 추이를 면밀히 추적해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단호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LA 주재 중국 총영사관도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대만으로 중국을 제압하려는 일부 세력의 시도는 실패로 끝날 것이며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지난 2일 대만해협에서 폐쇄 공습, 공중 우위 장악 등에 초점을 맞춘 실전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대만을 사방에서 포위하는 형태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다. 이번에는 미 본토에서 만남이 이뤄지는 만큼 무력시위 강도가 더 세질 전망이다. 중국은 대만과의 실질적 경계선 역할을 하는 대만해협 중간선 넘어서까지 군용기를 띄우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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