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든 영화든 만들어지는 과정 전체를 겪어내지 않고서는 깨닫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예전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막연히 존경심만 가졌다면, 지금은 그 분들이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살펴보면서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는 기분이다.”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전소니는 “많이 배우고 재밌게 지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영화 ‘소울메이트’, tvN 드라마 ‘청춘월담’에서 주연을 맡으며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소울메이트’는 어린 시절 제주도에서 만난 하은(전소니)과 미소(김다미)가 다양한 감정을 공유하고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전소니는 “영화를 보시는 분들마다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공감할 장면이 하나는 있을 것”이라며 “마음 아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자신이 연기한 인물 하은에 대해선 “자신에게 닥친 모든 상황을 납득하고 흘러가는대로 사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결단을 내리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은과 미소는 서로 상처를 주고 받지만 그 바탕에 애정이 있고 악의는 없다. 둘은 서로의 삶에 들어가 변화를 일으키는 관계”라고 덧붙였다.
‘소울메이트’에서 하은과 미소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친구들의 얼굴을 그림으로 남기는 하은은 “똑같이 그리다 보면 그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이 보여”라고 말한다. 인물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장면이 많은 것도 영화의 특징이다.
작품을 연출한 민용근 감독은 영화 ‘악질경찰’을 통해 처음 본 전소니에 대해 ‘영화적인 얼굴을 가졌다’고 표현했다. 전소니는 “카메라의 각도에 따라 얼굴에서 여러 느낌이 나는데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배우로서 정말 감사한 평가”라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나조차 처음 보는 내 얼굴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전소니의 어머니는 1970년대 여성 듀오 ‘바니걸스’의 멤버 고재숙이다. 여동생 전주니는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배우가 되겠다고 할 때 어머니는 반대하셨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게 연기밖에 없었다”며 “지금도 작품을 하면서 쉴 틈 없이 달리고 있는 게 정말 좋다. 연기하는 시간들이 감사하고 소중하다”고 전했다.
첫 사극인 ‘청춘월담’에서 전소니는 시련에 굴하지 않는 당찬 천재 소녀 재이 역을 맡아 저주에 걸린 왕세자 이환(박형식)과 로맨스를 선보이고 있다. 차기작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에선 주인공 수인 역을 맡았다. 수인은 인간을 숙주로 삼고 살인을 저지르는 우주 기생 생물과 동거하며 극을 이끌어 나간다.
그는 “항상 연기가 설렜으면 좋겠다. ‘소울메이트’에서 엄마 역을 맡은 장혜진 선배님이 촬영장에서 늘 설레고 신나는 모습,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셨다. 나도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런 모습이면 좋겠다”며 “‘다음엔 어떤 것을 보여줄까’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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