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보류한 정부가 에너지 공공요금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이달부터 한국전력이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에 상한을 두는 전력도매가(SMP) 상한제도 재개키로 했다. 하지만 이미 2조원이 넘는 손실을 본 민간발전사들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의 전력생산 원가 대비 전기요금을 통한 회수율은 70%에 불과하다. 한전은 부족한 전력구입대금을 매달 4차례 사채를 발행해 조달하는 방식으로 발전사에 지급하고 있다. 올해도 적자가 5조원 이상 발생하면 내년에는 한전법에 규정된 사채발행한도를 넘기게 된다. 한전은 이로 인해 전력구매대금과 기자재 및 공사대금 지급이 어려워져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매년 6조~7조원 수준인 송·배전망 투자가 위축될 수도 있다.
한국가스공사도 가스요금 추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난해 8조원 규모였던 미수금이 올해 12조9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매일 13억원, 연간 4700억원 가량의 이자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최근 원료가격 급등으로 가스요금의 원가 회수율은 전기요금보다 낮은 62.4%에 그치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2시 박일준 2차관 주재로 ‘에너지공기업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두 기관의 재무상황을 점검할 계획이었지만 시작 1시간을 앞두고 취소했다. 3일로 예정됐던 이창양 산업부 장관 주재 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 간담회도 미뤘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기업 재무상황 재점검, 국제연료비 변동추이, 공기업 자구노력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회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을 두고는 ‘여권에서 요금 인상 속도조절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로키 모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여론을 의식하는 정치권과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기획재정부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앞으로 요금 인상폭을 확정할 때까지 물밑에서 공공요금 조정 필요성을 홍보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요금 인상을 미룬 정부는 대신 이번 달부터 SMP 상한제를 재개키로 했다. SMP 상한제는 한전의 막대한 적자를 줄이기 위해 민간발전사에서 전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산업부는 4월 한 달간 ㎾h당 164.52원(제주 제외)의 전기료 상한가격을 적용한다고 고시했다.
한전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3개월간 SMP 상한제를 통해 2조1000억원가량 혜택을 봤지만, 이는 고스란히 민간발전사의 손해로 이어졌다. 민간발전업계는 정부가 한전 적자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거센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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