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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9시간 반대’ 사임한 보건학자 “주48시간이 국제 기준”

근로시간 개편 논의 전문가 기구
참여했던 김인아 한양대 교수 “노동자 건강에 악영향 우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7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킥오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주69시간 근무’ 논란을 부른 근로시간 개편안에 반대해 전문가 논의기구에서 사임한 보건학자가 30일 “정부안은 노동시간의 예측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김인아(사진) 한양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의 노동시장 개악과 노동자 건강권’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제한적으로 도입하더라도 주 평균 48시간을 넘지 않는 것이 국제기준”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밑그림을 그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연구회 구성원 중 유일한 보건전문가였으나 지난해 11월 개편 방향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중도 사임했다. 연구회는 약 한 달 뒤 근로시간 개편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김 교수가 물러난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정부 개편안 핵심은 연장근로시간의 정산단위를 확대해 특정 시기에 주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근로시간 유연화가 국제기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자신의 근로시간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핀란드, 영국 등 노동시간을 주 평균으로 산정해 유연화하는 경우에도 연장근로 포함 ‘1주 평균 48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급격한 노동시간의 변화는 주요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뇌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건강 영향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크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연장근로 유연화를 추진하는 데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5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12개월 연속 연장근로가 발생한 사업장이 0.73%로 극소수이며, 연장근로가 빈번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사업장이나 특정시기에 연장근로 한도를 다 채우는 일부 사업장에만 예외적으로 연장근로 유연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나 비정규직일수록 사용자와 노동자 간 대등한 교섭이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도 언급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나 11시간 연속휴식 보편화가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현장 노동자·활동가들은 과로로 숨진 동료의 사례를 전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역사는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였다”며 “장시간 노동, 불규칙 노동과 맞물리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육아 문제, 일과 삶의 양립, 고용 창출 효과마저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김 교수가 사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연구회는 독립적·자율적으로 운영됐다”며 “모든 위원들이 건강권 보호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권고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회 측은 김 교수에게 ‘소수의견을 병기’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이후 논의에 불참했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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